‘그랑프리 3연패’ 조호성, 대적할 자 없었지

입력 2016-12-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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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폭설 때문에 경기도 하지 않고 그랑프리 초대 챔피언이 된 정세연을 시작으로 2015년 박용범까지 경륜 그랑프리 대회는 그동안 수많은 스토리와 스타를 탄생시켰다. ‘경륜의 신’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는 그랑프리 올해 우승자는 25일 광명 스피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 그랑프리 경륜의 역사

정세연, 폭설로 경기없이 초대 챔프
지존 지성환, 짧고 굵었던 현역생활
이명현 가세한 호남팀 2010년 평정
올해 그랑프리 새 황제의 등장 기대


2016시즌 대미를 장식할 그랑프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랑프리는 그 해의 명실상부한 최강자를 뽑는 대회다. 우승자는 경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역대 그랑프리대회의 특징과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 빅3 → 5인방 → 4천왕 → 지존시대

잠실 경륜 시절인 1996년. 예정됐던 경기가 폭설로 취소됐다. 덕분에 마지막 대상경주(경륜사장배)에서 우승했던 정세연은 경기 없이 ‘초대 챔프’ 타이틀을 달았다. 돔 경륜장 시대인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1997년 2기로 입문한 김보현, 원창용, 정성기가 벨로드롬을 호령했다. 이 시점부터 창원팀이 독주체제를 갖추는데 연말 그랑프리 역시 창원 팀 출신 원창용(1997년), 김보현(1998년)이 차례로 접수했다.

세를 불려가던 입지를 강화하던 창원팀에 제동을 건 두 마리 용이 등장했다. 4기 엄인영과 주광일이다. 엄인영은‘경륜황제’란 칭호를 얻으며 1999년 전무후무한 연대율 100%를 기록, 그랑프리까지 움켜쥔다. 엄인영은 팔당에 둥지를 틀며 창원팀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라이벌 두 팀의 맞대결은 벨로드롬의 최대 흥행카드로써 늘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경륜의 전성기였다. 각종 대상경주 등 큰 규모 대회에서 엄인영, 주광일 콤비는 빛났다.



● 지성환 독주! 지존 시대를 열다.

2000년 엄인영이 시드니올림픽 참가 이후 슬럼프로 주춤할 무렵,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1km 독주) 지성환이(6기) 혜성처럼 등장했다. 페달동작부터 달랐다. 스타트 때 엉덩이를 들지 않았는데 순간스피드가 뛰어났다. 죽마고우 원창용을 따라 창원에 둥지를 튼 지성환은 밀레니엄 시대 첫 그랑프리 우승자가 됐다. 벨로드롬 처음으로 1인 독주시대를 만든 지성환은 ‘경륜지존’이 됐다. 고질적인 허리부상의 지성환은 이듬해 수술대에 오르며 짧지만 굵은 활약을 마감했다. 이후 현병철(7기)과 홍석한(8기)이 차례로 등장해 대를 이어갔다. 현병철은 2001년, 홍석한은 2002∼2003년 연속우승으로 ‘두 번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그랑프리의 불문율을 깼다.

2004년엔 그랑프리 사상 처음 이변이 발생했다. 아마시절 도로 출신인데다 선천적으로 한쪽 다리가 짧았던, 무명의 이경곤이 시즌 후반 파란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더니 연말 그랑프리까지 움켜쥐었다. 당시 2착은 김민철로 두 사람의 동반입상은 80배가 넘는 쌍승 배당률을 안겼다.


● 조호성 등장! 광명돔 시대 개막!

잠실 경륜장 마지막 해 조호성의 등장으로 벨로드롬이 떠들썩해졌다. 중장거리 출신은 경륜에서 통할 수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조호성은 세계대회 우승자답게 승승장구했다. 첫 출전한 2005년 잠실 마지막 대회를 접수했고 광명으로 옮긴 2년을 포함 3연패를 달성했다. 그랑프리뿐 아니라 최다 연승, 최다상금 등 경륜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 치우며 ‘벨로드롬의 황제’로 등극했다. 2008년 조호성이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갑작스레 은퇴를 결심하면서 혼란 속에 마지막 대회를 맞이했다. 어수선한 틈을 노린 홍석한이 5년 만에 그랑프리를 재탈환했다. 황제가 떠난 뒤 벨로드롬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이욱동은 80년대생으로는 최초 우승(2009년)을 거두는 돌풍을 일으켰다.


● 호남팀 전성시대. 이명현 등장!

이욱동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절대 강자도 절대 강팀도 없는 혼란 속에 2010년 김배영-김민철-송경방-노태경에 16기 수석 이명현이 가세한 호남팀이 지역판도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벨로드롬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리는 스타군단 ‘호남팀’이 2010년 경륜을 평정했다. 노태경은 승률, 연대율, 상금 등 전타이틀을 싹쓸이했다. 노태경과 이명현을 등에 업은 송경방은 호남팀에 첫 그랑프리를 안겼다.

2011년에는 괴물 레이서 이명현이 화끈한 선행전법을 주무기로 경륜의 레전드 조호성도 이루지 못했던 대상경주 7회 연속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하늘만 허락한다는 그랑프리도 2회 연속 접수했다.

영원할 것 같던 호남팀의 아성은 이현구 박용범이 등장하면서 흔들렸다. 설상가상 이명현도 복병 ‘기흉’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

경륜 출범 20년째인 2013년 사건이 일어났다. ‘비선수 출신’ 최초로 박병하가 그랑프리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고의 엘리트 국가대표 출신들에게만 허용했던 금단의 벽이 허물어졌다. 제2의 전성기에 접어든 김해팀의 이현구 박용범이 2014∼2015년을 접수, 김해팀은 난공불락이라 불리게 됐다.



● 기록으로 본 그랑프리

그랑프리의 마지막 승부수는 선행과 젖히기가 각각 1회 5회였지만 추입은 14회로 압도적 비율이었다. 우승자의 평균연령은 28세. 역대 최고령 그랑프리 우승자는 조호성으로 2007년 당시 33세였다. 쌍승 최고배당은 85.7배, 평균배당은 약 15배였다. 이중 최저배당이 동반입상에 성공한 것은 1997년과 2008년 단 두 차례뿐이다. 순수하게 자력으로 우승한 것은 2001, 2004, 2009 년(현병철, 이경곤, 이욱동) 등 단 세 차례다.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이 몰릴 경우 팀 동료나 친한 선후배 연대가 우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이번 그랑프리 경륜도 “추입에 능한 20대 후반, 결승에서 연대를 많이 안고갈 선수를 주목하라”는 조언이 중요한 이유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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