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정조국까지 영입한 ‘강원의 머니게임’

입력 2016-12-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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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정조국. 스포츠동아DB

10명 영입에 내년예산 200억 예상
조태룡 대표이사 “재정 걱정 없다”
넥센시절 이어 남다른 영업력 자신

무섭게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강원FC가 K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잡았다. 강원은 21일 올 시즌 클래식(1부리그) 득점왕이자 MVP인 정조국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정조국 영입은 9일 이근호로 시작된 ‘릴레이 영입’의 클라이맥스라고 볼 수 있다.

K리그 겨울이적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이근호부터 정조국까지 10명의 선수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단독 드리블’을 거듭하고 있는 강원의 자금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때 자본잠식 위기까지 몰렸던 강원이기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선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도·시민구단이 과욕을 부리다 탈이 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은 20일 강원 조태룡 대표이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일각의 우려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한 총장은 21일 “둘만의 대화라 (내용을) 다 밝힌 순 없지만, 조 대표이사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믿음이 갔다”며 강원의 ‘광폭행보’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은 챌린지(2부리그) 무대를 누빈 올해 65억원의 예산을 썼다. 최근의 ‘폭풍영입’ 등을 고려하면 내년 200억원 가까운 돈이 들 수 있다. 3배 이상 증액된 예산이 필요하다. 조 대표이사는 그동안 “나는 평생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부도? 적어도 내가 강원FC 사장으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했다.

스포츠동아DB


조 대표이사의 자신감에는 ‘들어오기로 한 돈’과 ‘앞으로 들어올 돈’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인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강원은 내년 시즌 강원랜드에 구단 명칭을 팔면서 최소 80억원을 확보했다. 들어오기로 한 돈은 더 있다. 클래식 승격 확정 이전에 강원도가 내년 강원 구단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40억원이다. 최문순 강원도시자는 승격 확정 이후 전폭적 추가 지원을 약속했고, 강원도의회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조 대표이사는 도의회의 협조를 받아 구단에 지급되는 금액의 집행시기도 구단 편의에 맞춰 조절키로 했다.

강원랜드와 강원도에서 확보한 돈이 ‘들어오기로 한 돈’의 큰 줄기라면, ‘앞으로 들어올 돈’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추가 스폰서 수익이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단장으로서 스폰서를 유치하며 남다른 ‘영업력’을 보여줬던 조 대표이사는 클래식으로 승격하면서 스폰서 수익의 확대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게임의 상품을 잘 만들어놓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인다’는 공격적 사고방식이다. 조 대표이사는 최근 강원도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강원FC가 잘하면 도민들에게 돌아갈 기쁨은 100배가 될 것이다. 각 군과 시에서 올해보다 10배 더 많이 강원FC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강원도의 11개 군은 2000만원씩, 7개 시는 3000만원씩을 강원 구단에 지원했다.

이근호를 시작으로 오범석, 문창진 등의 실력파에 정조국까지 확보하면서 당장 들어가야 할 돈도 제법이지만, 조 대표이사는 ‘이적료 할부지급’ 등을 통해 현금 흐름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준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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