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시몬 “트로트는 내공있는 음악…인식 바뀌어야 한다”

입력 2016-12-28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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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몬엔터테인먼트

진시몬은 데뷔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은 가수이다. 1989년 제10회 강변가요제에서 ‘캠퍼스에도 외로움이’로 입상하며 이름을 알린 진시몬은 같은 해 발표한 1집 앨범 ‘슬픔의 거리’의 수록곡 ‘슬픔의 거리’와 ‘낯설은 아쉬움’ 등이 히트하며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또 이후 발매한 2집 ‘바다를 사랑한 소년’과 3집의 ‘애수’, 4집의 ‘애원’ 등도 연달아 히트를 기록했고, 이들 곡은 여전히 진시몬의 대표곡으로 꼽히고 있다.

장르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이 당시 진시몬의 음악들은 발라드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실제 진시몬 특유의 애잔하고 아련한 감성이 담긴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 중에는 그를 90년대 최고의 발라더로 꼽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진시몬 본인이 “전반기는 발라드다. 락발라드로 시작했다. 뒤로는 트로트, 성인가요로 간 거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90년대 최고의 발라더로 꼽히던 진시몬은 2000년대 이후 성인가요, 즉 트로트 가수로 변신을 꾀한다.

2004년 발표한 5집 ‘For Two Men’부터 성인가요 가수로서의 색채를 강화한 진시몬은 2007년 ‘여자의 눈물’ 부터는 발라더 이미지를 벗고 완전히 트로트가수로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르의 변화에 대해 진시몬은 “내가 능동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게 2004년 5집 때다. 89년도에 강변가요제로 데뷔를 해서, 그때는 수동적인 음악을 했다. 그런데 가수인생을 하면서, 의미 있는 가수인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수는 이름과 노래를 남기는데, 의미 없이 가볍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거보다 나만의 색을 찾자, 이유 있는 노래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세월이 인정을 해준 거 같다”라고 지금의 음악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이라고 말했다.

세월이, 시간이 인정을 했다는 진시몬의 말은 그저 자신감에서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진시몬의 최신곡 ‘보약같은 친구’는 각종 성인 가요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진시몬은 “22주차 1등이다. 성인가요 차트가 DJ연합이 발표하는 차트와 전국노래강사들이 만든 차트, 제작자협회가 하는 차트 3개가 있는데, 3개 차트에서 계속 1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시몬은 “음악을 하면서, 장르에 상관없이 내가 하려는 음악을 다 하고자 마음먹었다. 내가 하고 싶은, 부르고 싶은 걸 부르는 거다. 자꾸 시도해서 곡이 잘 나오면 발표하고, 부르고, 안 나오면 안 하는 거다. 그러면서 공감을 얻는다. 이번엔 ‘보약같은 친구’가 걸린 거다”라고 말하며 이제 트로트 가수로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알렸다.

물론 단순히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건 아니었다. 성인가요 시장에서 다시 우뚝 서기까지 진시몬은 물심양면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야했다.

사진=몬엔터테인먼트


먼저 진시몬이 본격적으로 성인 가요시장에 뛰어들면서 마주했던 건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진시몬은 “(하고 싶어도)트로트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일단 내가 만족하는 음악을 하자고 생각하니까 남 의식을 안 하는 거다. ‘낯설은 아쉬움’, ‘애수’는 발라드인데, 갑자기 트로트를 한다고 하니까 ‘생활이 궁해졌냐’ 그런 소리도 있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또 여전히 예전과 같은 음악을 불러주길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그런 분들도 많은데, 대중을 쫓아다니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따라오게끔 하려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100명이 있다면 100명의 입맛을 모두 맞추면서 할 수는 없다. 내가 만족하고 내가 즐거워야 공감을 하는 거지, 의도적으로 다가가는 건 지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진시몬은 트로트에 대한 인식과 점점 줄어드는 활동공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시몬은 “트로트가수라고 하면 창피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트로트가 쉽게 부를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내공이 있어야 부르는데, 트로트를 저급하게 보지 말아야한다. 아무나 못하는 음악이다. 나보고 20대 때 트로트를 해보라고 하면, 필을 못 따라 간다. 그게 연륜이고 경험이다. 그게 안 쌓이면 느낌이 안 나온다. 고등학생과 70대가 노래를 하면 그 맛이 다르다. 트로트는 정말 감정이 필요한 음악이다. 감정이 성숙하지 않으면 부르기 힘든 노래다”라고 트로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재고를 바랐다.

이어 진시몬은 “방송국은 트로트를 살릴 생각이 없다. ‘가요무대’는 없애려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시청률이 안 나오는 아이돌 프로는 계속한다. 모순된 모습이 있다. 몇 년을 거쳐 가요계가 수난 시대다. 성인가요 쪽은 생계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요즘에는 라이브카페, 스탠드바 카바레도 다 없어져서, 선배들은 설 데가 없다. 벌이가 안 된다. 저작권료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현실적으로 분배가 100%는 안 된다”라고 안타까운 현실에 한탄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시몬은 성인가요계에도 젊은 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차이는 있을지라도,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질만한 음악을 하는 젊은 트로트가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시몬은 “젊은 층이 좋아하게하려면 젊은 가수들이 많이 불러야한다. 애들이 좋아할만한 트로트를 만들어야한다. 아무리 밥 사주고 커피 사줘봐야 젊은 친구들은 아이돌 노래듣지 트로트 안 듣는다. 어린 친구들이 아이돌과 붙어서 힘들면 성인가요계에 많이 들어와서 나름대로 색다른 맛으로 해줘야 붐업이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시몬은 “어린 친구들이 트로트쪽에 들어오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야 분위기가 잡히는 거다. 나는 나이는 어리지만 잘하는 애가 부르면 진짜 멋있더라. 잘하면 된다. 젊은 친구들도 트로트 좋아하는 애가 100명중 5명은 있더라. 예능 같은데서 누가 불러주면 애들도 많이 알거다. 이애란 ‘백세인생’처럼 그런 게 필요하다. 운도 맞고 해야 붐업이 되더라”라고 젊은 트로트팬의 확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심적으로 트로트에 대한 인식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물적으로는 역시 홍보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진시몬이 현재 주목을 하는 무대는 노래교실이다.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진시몬은 “나는 가요계의 흐름을 28년 전부터 봤다. 예전에는 방송국과 신문사를 찾아다니면서 인사하고 다녔다. 거기가 (홍보와 PR의) 100이면 90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노래교실이 80이다. 거기 300명이 모여 있으면, 그 사람들은 다 노래를 들을 준비가 돼있는 사람이다. 거기 가서 노래한곡 부르면 끝난다. 이건 되겠다 안되겠다 반응이 바로 나오는 거다. 그래서 요즘에는 노래가 나오면 2개월간 노래교실 투어를 한다. 서울, 경기 지방 노래교실을 2개월 동안 매일 도는 거다. 그렇게 하고나면 반응이 다르다. 다르다는 게, 좋은 노래, 부르기 싫은 노래의 반응이 다르다. 여기서 답이 딱 나온다. 그리고 4개월간 지방 노래교실을 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 내 노래가 나오기 시작한다”라고 팬들과 직접 만나면서 풀어가는 PR방식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Pr방식은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진시몬은 트로트 가수로서는 드물게 SNS를 활용한 PR에도 적극적이다.

이야기를 하던 중 진시몬은 휴대폰을 통해 유튜브에서 ‘보약같은 친구’를 검색해 보여주었고, 여러 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115만 건에 달했다. 그 외에 조회수가 수십 만 건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다른 영상까지 합하면 ‘보약같은 친구’만으로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진시몬은 “성인가요도 SNS를 많이 활용을 해야 한다. 옛날 마인드로는 ‘PC로 소통을 할까’ 그런 식인데, 소통을 해야 한다. 나는 이걸 하려한다. 내 기사가 나오면 다 SNS로 공유하고 그런다. 어제도 내 기사를 105명이 공유를 하더라. ‘드디어 뜨는 구나’하고 알아주는 게 그런 반응이 좋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좋은 노래’이다.

진시몬은 “일단 전제조건이 곡을 잘 만들어야한다. 그 다음이 바닥서부터 필드를 뛰어다니는 거고, 3번이 마케팅, 붐업 시키고 만들어가는 거다. 선배님들 보면, 15년 이상 한 곡 갖고 활동하는 분도 있다.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친구는 1년 만에 붐업이 되기도 하는데, 어쨌든 전제 조건은 곡하고 가사가 좋아야 시작을 한다”라고 좋은 노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시몬이 말하는 좋은 노래는 무엇일까. 진시몬은 “좋은 노래는 일단 이유가 있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내가 인터뷰를 하다가 생각난 이야기를 노래로 썼는데 그걸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은 노래다. 의도적으로 단어선택하고 미사여구 쓰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유기농을 좋아하는 것처럼 음악도 가미 하지 않고 순수하고 솔직한 그런 음악이 돼야 한다. 그게 차별이다”라며 꾸준히 좋은 노래를 들려줄 것을 약속했다.

이처럼 심적으로, 물적으로 노력을 쏟아 부은 덕분인지, 2016년은 진시몬에게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진시몬 스스로도 “지금은 생각처럼 다 되고 있어서 고맙다. 우리만 잘하면 된다”라고 지난 1년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진시몬은 “연말은 잡혀있는 스케줄들을 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내년 계획을 시작하려한다. 2016년이 잘 마무리 된 거 같아서, 2017년은 더 잘 하려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시몬이 2017년 중점적으로 펼치려고 생각하는 계획은 공연이다.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진시몬은 “일단 공연 위주로 활동하려 하려 한다. 한 50회 정도는 해야 한다”며 “나는 처음에 공연을 하려면 무서워서 못했다. 5년 전엔가 20주년 공연을 했는데, 그때는 줄을 서서 들어오긴 했다. 전날 눈이 와서 걱정했는데, 많이 왔다. 그런데 순수하게 티켓이 팔린 건 아니고, 조인해서 오고 그런 식이었다. 앞으로는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서 2~300명씩은 찾아오는 공연을 전국 투어로 해볼 생각이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고, 팬들 가까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나를 팬들이 너무 얌전한 가수로 생각해서, 사실 이렇게 재밌는 가수구나 하는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진시몬은 “사람들이 나를 너무 정갈하게 본다. 너무 재미없고 뭐라 해야 하나... 신부님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얘기도 하고, 음악도 내 음악 많이 부르고 그러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공연을 통해 자신에 대한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이에 2017년이 어떤 한 해가 됐으면 좋겠냐고 묻자 진시몬은 이 ‘재미있는 가수’의 면모를 살짝 보여주기도 했다.

진시몬은 “내가 그동안에 동료가수들과 팬들에게 저평가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노래는 히트곡이 많고, 팬들도 만나고 싶어 하는 가수라고 생각하는데, 저평가됐다는 거다. ‘(행사비가)1000만원짜리 가수인데 200만원에 부를 수 있는 가수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2017년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한해가 될 거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불어 진시몬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키 큰 가수라고 써 달라. 전영록, 감학래, 김범룡 보다 큰 편이다”라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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