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도 하기 전에 고민만 쌓인다. 2017 WBC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대표팀이 다시 한번 최종엔트리에 손질을 가했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4일 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선 김인식 감독.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에이스 김광현(29·SK)도, 주전포수 강민호(32·롯데)도 빠졌다. 공수의 핵 강정호(30·피츠버그)도 이탈했다. 여기에 다른 해외파들도 합류가 불투명하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김인식(70) 대표팀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주력선수들이 추가로 줄줄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마무리투수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의 대표팀 발탁 여부도 결론 내리지 못하고 일단 보류했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강남구 KBO 회의실에서 WBC 기술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뒤 WBC 대표팀 명단을 대거 교체했다. 우선 28명 최종 엔트리에서 김광현 강민호 강정호가 빠졌다. 이들을 대신해 기존 50인 명단에 포함돼 있던 포수 김태군(28·NC)과 유격수 김하성(22·넥센)이 새롭게 28인 명단에 진입했다. 그러나 김광현의 대체 투수는 결정하지 못했다.
50인 명단도 손질했다. 무릎연골 수술을 한 포수 이재원(29·SK)과 햄스트링 종양 수술을 받은 김주찬(36·KIA)이 제외됐다. 이 자리에 포수 이지영(삼성) 박동원(넥센), 내야수 오지환(LG), 외야수 박건우(두산)가 새롭게 50인 엔트리에 들어갔다. 최종 엔트리 28명 명단은 2월6일까지 변경할 수 있지만, 일단 50인 엔트리 내에서 바꿀 수 있어 이런 절차를 밟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는 물의를 일으켰다. 이미 이전에 2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해 삼진아웃제 적용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대표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5일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교체가 불가피했지만, 강민호의 이탈은 코칭스태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해 무릎 통증을 호소한 강민호는 3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소견이 나와 한 달 후 다시 MRI를 찍기로 했다.
가장 고심이 컸던 부분은 대체 투수였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회의에서 (좌완) 김광현 자리에 선발투수는 오른손이냐 왼손이냐, 그럴 바엔 마무리로 오승환을 뽑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그랬다”면서 “근데 그걸 결정 못한 것은 양현종(30·KIA)도 보고에 의하면 지금 재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양현종도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 ⓒGettyimages/이매진스
이날 회의 전 가장 큰 화두였던 오승환 발탁 여부에 대한 질문이 재차 나오자 김 감독은 “필요한 선수다”고 운을 띄우면서도 “지금 선발투수를 뽑아야 하느냐 뒤(불펜투수)를 뽑아야 하느냐 그게 결론이 안 났다. 그래서 투수 부분은 오늘 확실히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은 뽑으려면 빠른 시일 내에 뽑아줘야 한다. 50인 안에 들어와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통보를 하고 거기서 소속 구단에 전달될 수 있다. 그동안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오승환이 한국대표로 왜 못 뽑히냐’고도 했다지만, 막상 50인 안에 들어갔을 때 구단이 어떻게 할지는 또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대표팀 엔트리 발표 후 KIA 구단은 양현종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통상적으로 다음 시즌을 대비한 투수의 재활을 언급했는데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양현종은 무조건 WBC에 간다는 생각이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텍사스 추신수-볼티모어 김현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또 다른 문제는 추신수(35·텍사스)와 김현수(29·볼티모어)를 비롯한 메이저리거들이다. 김 감독은 “본인은 나오고 싶은데 분위기상, 들려오는 얘기는 구단 쪽으로 무게가 많이 실리고 있다”면서 “김현수는 구단이 말리고 있는 모양이다.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냐는 염려가 생기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대표팀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이번이 너무나 힘들다”면서 “생각지도 않은 일이 자꾸 일어나니까 계속 체크를 하고 있다가 최종적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고심의 흔적을 드러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