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쉼표없는 강행군 배영수 “빚 갚아야죠”

입력 2017-01-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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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빚이 많습니다. 갚아야죠. 말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조용히, 그렇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화 배영수(36)는 지금 일본 돗토리에서 개인훈련에 열중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3일 홀로 일본으로 넘어간 뒤 긴장감 속에 몸 상태를 더욱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비시즌이지만,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잠시의 쉼표도 없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어린 선수들 사이에 섞여 지난해 10월 3일 시작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참가했고, 교육리그가 끝난 뒤에는 10월 말부터 미야자키로 건너간 한화 마무리캠프 선수단에 합류해 다시 훈련에 매진했다. 스스로 “프로 입단 후 두 달 가까이 교육리그와 마무리훈련을 동시에 이렇게 소화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힐 만큼 독하게 매달렸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11월 말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12월 초에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홀로 조용히 몸을 만들었다.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연말에 귀국한 뒤 다시 지금 일본 돗토리에서 개인훈련에 열중이다.

배영수는 6일 전화통화에서 “매년 이맘 때 돗토리에 오다가 작년과 재작년엔 못 왔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태국에서 훈련했고, 작년에는 팔꿈치 수술 후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했다. 돗토리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동안 찌들고 힘들 때 찾아오면 위안이 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2015시즌을 앞두고 3년 계약(21억5000만원)을 하면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2015년 팔꿈치 통증 속에 4승11패, 방어율 7.04로 부진했고, 시즌 후엔 팔꿈치뼛조각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엔 그 여파로 단 1차례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재활훈련을 이어가다 퓨처스(2군) 리그에서 등판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지만 구위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8월에 딱 한 차례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성적은 퓨처스 7경기(28.2이닝)에 나서 2패, 방어율 5.34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한때 KBO리그를 지배하던 최고 투수. 그는 지난 시즌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교육리그와 마무리훈련, 그리고 비활동기간에 미국과 일본으로 넘어가며 부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동안 어떤 인터뷰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칼을 갈아 왔다.

지금까지는 예정대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몸 상태도 괜찮다. 돗토리에서 유연성 강화 훈련을 비롯해 몸을 완벽하게 만드는 기초 작업부터 착착 진행하고 있다.

배영수는 “현재 캐치볼과 롱토스를 하고 있는 단계인데, 다음주부터는 불펜피칭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스프링캠프가 2월1일부터 시작하는데, 첫날부터 바로 게임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거기에 맞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루하고 힘들고 지치지 않을까. 그는 “이곳 돗토리에 한국에서 온 선수들이 제법 있다. 채병용(SK) 최준석(롯데) 윤요섭(kt) 임진우 김강률(이상 두산) 등이 있는데, 훈련은 몸 상태가 다르고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훈련 한다. 따로 와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지만, 저녁엔 가끔씩 밥도 먹고 얘기를 나누고 있어 외롭진 않다”며 웃었다.

이달 20일 정도까지 돗토리에서 훈련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인 그는 “지난 2년간 한화에, 그리고 팬들에게 빚을 졌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다. 빚이 많다. 빚을 갚아야한다. 이젠 어떻게 하겠다는 말보다는 무조건 결과를 내야한다. 올해가 마지막 승부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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