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를 향하여” 미국으로, 동남아로…

입력 2017-01-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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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박인비-김효주-백규정-박성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LPGA

■ 여자골퍼들 동계훈련 돌입

KLPGA 고진영, 스폰서 계약 후 베트남행
연말 미국 떠난 박인비 세계랭킹 1위 도전
김효주는 작년 12월부터 태국서 4주 훈련
백규정 국내 컴백…박성현 미국서 적응중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새해를 맞은 여자골퍼들이 휴식을 마치고 미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에서 구슬땀을 쏟아내며 새 시즌을 대비한다.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 이상 진행되는 여자골퍼들의 동계훈련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초석이다.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내는가에 따라 연말 손에 쥘 성적표가 달라진다.


● 여왕을 향하여

긴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골퍼들은 새로운 다짐을 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건 기본.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알찬 계획표를 세운다.

고진영(22·하이트진로)의 새해 목표는 비어있는 KLPGA 투어의 여왕 등극이다. 2014년 데뷔한 고진영은 꾸준하게 성장하며 어느덧 여왕의 자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와 있다. 데뷔 첫해 상금랭킹 8위에 이어 2015년 5위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2위까지 올라섰다. 탄탄한 기본기와 꾸준함 그리고 강한 승부욕까지 갖춘 고진영은 2017시즌 KLPGA 투어의 새 여왕후보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목표가 뚜렷해진 고진영은 조금 일찍 서둘렀다. 4일 하이트진로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새로 체결한 그는 하루 뒤 베트남으로 떠났다. 스승 고덕호 프로가 있는 캠프에 합류해 시즌 개막을 위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부상 속에서도 2016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다시 한번 골프여왕의 위용을 보여줬던 박인비(29)에겐 2017년 세계랭킹 1위 탈환이라는 큰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겨우 10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리디아 고와 함께 줄곧 1∼2위를 다투던 세계랭킹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순위가 한걸음씩 뒤쳐지더니 어느새 11위까지 밀렸다.

골프여왕으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박인비는 12월 초 일찌감치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떠나 새 시즌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남편 남기협 씨의 도움을 받아 매일 쇼트게임과 스윙, 퍼트 등을 연마하면서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2016시즌 여자골프의 역사에 더 크게 ‘박인비’ 이름을 남긴 그는 이번 시즌 “다시 뛰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부활을 기대하며

김효주(22·롯데)의 2016시즌은 평범했다. 미 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뒀지만, 목표였던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름값에 비해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김효주의 2017시즌 목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

김효주는 2016년을 세계랭킹 9위로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박인비(2위), 유소연(5위), 김세영(7위), 양희영(8위)에 이어 한국선수 중 다섯 번째 높은 순위였다. 그만큼 올림픽 출전 경쟁에서도 가능성이 높았다.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 우승으로 탄력을 받았다. 세계랭킹 7위로 뛰어오르면서 올림픽 출전의 꿈도 커졌다. 그러나 이후 더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세계랭킹은 점점 떨어져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부진을 겪었다. 11일 현재 겨우 25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새 시즌을 위한 출발이 좋다. 지난해 12월12일 중국에서 끝난 KLPGA 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길었던 우승 침묵에서 깨어났다.

갈길이 바쁜 김효주는 더 일찍 새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작년 12월27일 태국으로 떠나 스승 한연희 코치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김효주는 4주 동안의 짧고 굵은 훈련을 마친 뒤 2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미 LPGA 투어 바하마 클래식부터 새 시즌을 맞을 계획이다.

백규정(22·CJ오쇼핑)도 2017년 부활을 꿈꾸며 일찌감치 태국 전지훈련 길에 올랐다. 2월 말까지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훈련을 통해 3년 전 거침없고 화끈한 백규정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떠났다.

백규정은 2014년 KLPGA 투어 신인왕 그리고 하나외환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LPGA 직행이라는 꽃길을 걸었다. 그러나 LPGA 진출 직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투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2년 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올해 그는 KLPGA 투어로 컴백한다. 간간이 LPGA 투어의 굵직한 대회에 나가 분위기를 감지할 예정이지만, 80% 이상은 국내에서 뛸 예정이다.


●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박성현은 2017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3년 동안 몸담으며 그린을 평정했던 KLPGA 투어를 떠나 처음으로 돌아가 미 LPGA 투어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작년 12월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로 떠나 훈련을 시작한 박성현은 1인자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신인으로 돌아갔다. 그 역시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박성현은 올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메인스폰서와 계약하면서 어깨가 무거워졌고, 클럽도 교체했다. 스윙코치가 바뀌었고, 캐디도 새로 만났다. 미국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환경과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

박성현은 가장 먼저 체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도착 직후부터 꾸준하게 체력훈련을 해왔다. 집안에 간이 체력단련장을 마련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으로 진출한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는 반반이었다. 실력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거리 여행과 시차, 빡빡하게 이어지는 투어 일정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실패를 딛고 성장을 거듭한 박성현이기에 새 출발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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