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국수의 화려한 변신, 한우불고기의 재해석

입력 2017-01-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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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얇게 부친 전병 피의 바삭함이 인상적이었던 메밀전병. (오른쪽위)메밀의 구수한 풍미와 메밀 순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어우러진 알리오올리오풍 메밀 파스타. (오른쪽아래)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개발한 한우불고기 아라리. 불고기를 스테이크와 같은 양식으로 재해석했는데, 된장 마요네즈 소스가 입맛을 돋군다. 봉평|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2018 강원 특선 음식’을 맛보다

알리오올리오 떠올리는 ‘메밀파스타’부터
된장마요네즈 소스 어우러진 ‘한우불고기’
바삭바삭! 막걸리 부르는 ‘메밀전병’까지

봉평이란 이름은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메밀이란 단어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런 연상작용은 작가 이효석의 공이 지대하다. 그의 걸작 ‘메밀꽃 필 무렵’이 없었다면 달빛 아래 흐드러게 펼쳐진 메밀꽃밭의 정취를 몰랐을 것이다. 강원도 곳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게 메밀 음식이지만, 봉평은 그런 문학적 배경이 주는 남다른 느낌이 있다.‘초가집 옛골’은 봉평의 메밀음식 전문점이다. 이곳에서 올림픽에 맞춰 개발한‘2018 강원 특선 음식’ 중 메밀파스타 연인과 한우불고기 아라리를 맛볼 수 있었다.


● 은근한 풍미, 메밀 파스타 ‘연인’

옛골의 메밀파스타는 100% 메밀의 순면을 사용한다. 파스타의 이름 ‘연인’은 메밀의 꽃말이다. 첫 모습은 올리브 오일에 마늘, 페페로치노를 넣어 만드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면 위에 가니시로 소복하게 올린 것은 메밀의 어린 순. 작은 튀김가루처럼 뿌린 것은 메밀쌀 튀김이다. 방울토마토, 청고추 슬라이스 등으로 색감을 맞추어 제법 비주얼이 화사하다.

흔히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는 면을 완벽한 알덴테(씹는 맛이 나도록 살짝 덜 익은 상태)로 삶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특징이자 매력인 메밀면을 그렇게 삶으면 제맛이 날까. 역시나 한 입 먹어보니 면은 우리방식을 따랐다. 구수한 메밀향이 제대로 난다. 메밀의 다소 심심한 식감을 도와주는 것은 메밀순과 메밀쌀튀김이다. 아삭거리는 메밀순과 고소한 메밀쌀 튀김의 먹는 재미가 남다르다. 소스는 오일에 간장을 가미했다는데,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메밀 고유의 풍미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슴슴하고 순하다. 하지만 막국수의 자극적인 양념을 좋아하는 입맛이라면 지나치게 담백해 밋밋할 수도 있다.


● 된장마요네즈 소스가 신의 한수, 한우불고기 아라리

일단 외관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불고기의 고정관념을 깬 메뉴이다. 양념한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고 각자 덜어먹는 방식을 탈피, 완자모양으로 만들었다. 또한 같은 접시에 야채를 풍성하게 담아 영양적인 밸런스도 고려했다. 여기에도 메밀 순을 사용해 아삭거리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고기는 지역 특산인 대관령 한우다.

완자모양이지만 고기를 잘게 다져 빚지 않아 한우의 식감을 살렸다. 인상적인 것은 불고기의 소스. 메밀된장과 마요네즈를 섞어 된장 특유의 냄새는 뒤로 숨기고 독특한 맛은 살렸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했는데, 적당히 짭쪼름하면서 감칠 맛이 나는 것이 불고기 외에 밥 등 다른 음식과 먹기도 좋았다.


● 크레페를 떠올리게 하는 메밀전병

비록 ‘2018 강원 특선음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메밀전병이다. 요즘은 서울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의외로 메밀전병을 맛있게 하는 집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전병이 너무 두껍거나 속을 과도하게 넣어 마치 메밀만두를 연상케 하는 집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이곳의 메밀전병은 무엇보다 프랑스 크레페를 떠올릴 정도로 얇게 부쳐 바삭하면서 적당히 하늘거리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적당히 넣은 속과도 잘 어울려 막걸리 안주로도 궁합이 좋았다.

봉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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