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레드벨벳이 느낌적으로 느낌 있게 돌아왔다. 네 번째 미니앨범 ‘Rookie(루키)'로 난해한 콘셉트조차 레드벨벳화했고, 레드벨벳은 ‘루키’ 속 가사처럼 “느낌적인 느낌 느낌”이 나도록 낯섦을 노련하게 소화할 수 있는 소녀들로 성장했다.
레드벨벳은 애당초 콘셉트로 차별화된 그룹이다. 같은 소속사 f(x)와 비슷한 그룹으로 소개됐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음악적 개성에 더 힘주었던 f(x)와 달리 레드벨벳은 좀 더 외적인 개성에 방점을 뒀다.
콘셉트적으로 ‘루키’는 정규 1집 ’THE RED' 타이틀곡 ‘ Dumb Dumb(덤덤)’과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 ‘덤덤’은 그룹의 정체성을 짙게 만든 곡이자 레드벨벳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노래다. 이후 ‘러시안룰렛’은 음악적으로는 레드벨벳스럽지만 콘셉트적으로는 이전 음악과 달리 대중적이었고 덕분에 레드벨벳은 그룹에 대한 음악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루키’는 ‘덤덤’과 ‘러시안룰렛’을 통해 도출해낸 레드벨벳만의 색깔이다. 난해한 행위로 치부될 수 있었던 그룹의 컨셉트를 더욱 확고히 했고 더 이상 ‘난해하다’ ‘독특하다’로 평가될 수 없는 레드벨벳 그 자체의 세계를 만들었다.
시각을 극대화한 그룹답게 레드벨벳이 만든 세계는 ‘루키’ 뮤직비디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말로 풀이되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묻어난다. 멤버들은 일부러 예뻐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이라도 한 듯 의상, 표정, 몸짓을 연출했다. 동화책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색감과 비닐 치마 패션 그리고 공주풍의 원피스를 입고 격렬한 댄스를 추고 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레드벨벳 특유의 깜찍함과 어우러졌다.
특히 멤버들 옆에 붙어 다니는 꽃괴물(?)은 ‘루키’에 대한 많은 상상을 하게 하는 정점이다. 이에 대해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동아닷컴에 “환상으로 연결해주는, 사랑의 매개체”라며 “그 꽃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보면 환상적이고 달콤한 세계가 펼쳐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드벨벳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시선을 강탈하는 꽃괴물로 표현된 셈이다.
현존하는 걸그룹 중 레드벨벳의 색깔은 독보적이다. 이처럼 꾸준히 독특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다. 데뷔 곡 ‘행복’부터 ‘아이스크림 케이크’ ‘덤덤’ ‘러시안룰렛’ 등으로 만들어온 레드벨벳만의 색깔은 이번 ‘루키’를 통해 방향을 분명히 했고, 대중들 또한 그룹의 음악에 호응했다. 1일 0시 공개 직후인 오전 1시 기준으로 '루키'는 4개 차트 1위에 올랐고 현재까지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신곡 '루키'에 대해 개성있다는 의견과 난해하다는 반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대중들이 레드벨벳의 음악을 듣고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더이상 레드벨벳의 세계관은 의심받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