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깔끔하면서 기능적인 모던함을 강조한 다락휴의 싱글룸 객실. □2 한국의 전통양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락 휴의 객실 복도. □3 태블릿PC, 랩탑컴퓨터, 프린터 등을 갖춘 다락 휴의 로비 라운지. □4 침대 하나가 딱 들어가는 퍼스트 캐빈의 비즈니스 클래스 객실. 퍼스크 클래스는 여기에 작은 탁자와 가방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더해져 조금 더 넓다. □5 퍼스트 캐빈 하네다가 자랑하는 무료 목욕탕의 파우더룸. □6 음료부터 컵라면, 간편식까지 다양하게 갖춘 퍼스트 캐빈 라운지의 자동판매기들.인천·하네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퍼스트캐빈 하네다 홈페이지
인천공항 교통센터에 국내 첫 캡슐호텔
공항서 걸어서 도착…소음차단도 우수
공용시설 부족…식음료 서비스 아쉬움
1월20일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에는 국내 첫 캡슐호텔인 ‘다락 휴(休)’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워커힐 호텔 계열인 ‘다락 휴’는 교통편이 끊어진 새벽이나 심야에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환승객(트랜짓), 지방으로 이동하는 고객을 겨냥한 숙소이다. 기존 공항 환승호텔에 비해 시설과 부대서비스를 대폭 간소화하고 오로지 휴식과 숙박에만 초점을 맞춰 가성비를 높인 것을 내세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캡슐호텔의 발상지이자 본고장인 일본 하네다 공항에도 다락 휴와 같은 모토를 내세운 호텔이 있다. 바로 ‘퍼스트 캐빈’. 일본 여행객들에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온라인과 SNS을 통해 소문이 퍼져 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전격 비교에 들어갔다. 다락 휴 대 퍼스트 캐빈, 한일 두 캡슐호텔의 위치와 시설, 서비스를 대조해 장단점을 분석했다.
● 위치: 걸어서 접근 VS 국내선 환승 유리
다락 휴는 교통센터 1층 입구 쪽에 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열차에서 나와 에스컬레이터 두 번만 타면 갈 수 있고 공항버스나 자가용 역시 정류장이나 주차장에서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공항이용객은 교통센터와 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통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에 비해 퍼스트 캐빈은 국내선 1터미널에 있어 국제선 승객은 무료셔틀버스나 전철, 택시 등을 이용해야 한다. 걸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무료셔틀버스와 전철이 끊기는 새벽 1시 전후에 도착하는 이용객이라면 꼼짝없이 택시(1500엔∼2000엔)를 이용해야 한다. 접근성에서는 다락 휴가 단연 우세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국내선을 이용할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네다 공항에는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역의 국내선 노선이 촘촘히 있고 하루 수백편이 운항한다. 퍼스트 캐빈은 국내선 1터미널은 물론이고 2터미널도 셔틀버스로 5분, 지하통로로 걸어가도 10분이면 갈 수 있다.
● 시설: 가성비 높고 기본 충실 VS 공항 이용객에 특화
다락 휴는 교통센터 동서편에 각각 30개씩, 총 60개의 객실을 갖고 있다. 객실은 싱글과 더블베드로 나뉘고, 다시 샤워실 유무로 구분해 4가지 타입을 운영하고 있다. 침구는 캡슐호텔급으로는 과분할 정도로 쾌적한 편이다. 개별 냉난방, 무선인터넷, 블루투스 스피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소음차단이 우수해 도서관 수준의 정숙함을 자랑한다.
기대 이상의 객실에 비해 부대시설은 거의 전무하다. 샤워시설이 없는 객실 고객을 위한 샤워실이 있지만 달랑 2개. 화장실도 아침에는 줄을 서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캡슐호텔의 필수시설인 동전세탁기도 없어 양말이나 속옷 등 간단한 빨래도 할 수가 없다. 전형적인 호텔 분위기 로비는 느긋이 여행의 여유를 즐기는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하네다 공항 퍼스트 캐빈의 객실은 총 164개. 전부 싱글룸이다. 남녀 이용객을 구분해 남성용이 101개, 여성용이 63개이다. 남녀 객실 공간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철저히 분리했고, 카드 키로만 열 수 있어 여성의 안전을 배려하고 있다. 물론 부부나 연인의 경우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객실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로 나눈다. 침대 옆에 작은 탁자와 캐리어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곳이 퍼스트 클래스. 이보다 싼 비즈니스 클래스는 딱 침대 하나만 들어가는 완벽한 ‘캡슐’이다. 오픈한 지 좀 시간이 흘렀고 물가 비싼 일본에서 최저 5만원대의 방값을 유지하다 보니 침구나 객실 설비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옆방의 뒤척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방음은 거의 되지 않는다. 그래도 무료와이파이가 있고 방에 TV와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잠금서랍이 있다. TV는 헤드폰으로만 청취할 수 있고, 체크인할 때 무료로 빌려준다.
퍼스트 캐빈의 강점은 공용시설이다. 특히 대형 온탕을 갖춘 무료 목욕탕이 유명하다. 여성 목욕탕에는 파우더룸도 있고, 흡연실, 전화통화부스, 코인런드리(세탁방) 등도 갖추고 있다. 화장실도 넉넉해 줄서서 기다릴 일이 별로 없다.
● 서비스: 아직 퍼스트 캐빈에 한참 배워야 …
이제 막 개장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다락 휴의 서비스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객실에 생수 한 병 비치돼 있지 않고, 식음료 서비스는 전혀 없다. 물 한 잔을 마시거나 밤에 출출해 컵라면 등의 야식을 먹으려면 한참 떨어진 편의점까지 가야 한다. 컵라면이나 야식거리를 사와도 객실 외에는 딱히 먹을 공간도 없다.
이에 반해 퍼스트 캐빈이 투숙객에게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꽤 인상적이다. 체크인하면 투숙객에게 출입용 카드 키와 잠금서랍 열쇠, 헤드폰, 방음용 이어플러그 등을 준다. 객실에는 호텔 내에서 입을 수 있는 편한 간편복과 수건 등이 있다. 리셉션 데스크에서는 일본의 110볼트 전원을 이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빌려주고, 새벽에는 직접 찾아와 깨워주는 모닝콜 서비스도 한다. 무엇보다 편한 소파로 이루어진 라운지에는 컵라면, 맥주, 소프트 음료부터 심지어 야키소바, 다코야키, 주먹밥 등의 핫 푸드까지 제공하는 자동판매기를 갖추어 밤늦게까지 맥주와 야식을 즐기면서 친구와 담소를 즐기는 투숙객을 볼 수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