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DnA] 러블리즈, 특이한 그래서 더 특별한 걸그룹

입력 2017-02-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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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 사진=동아닷컴DB

러블리즈, 사진=동아닷컴DB

러블리즈는 매우 특이한 그룹이다.

흔히 걸그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팬’과 ‘대중성’이 필수조건으로 꼽히고, 이는 상식을 넘어 하나의 공식이나 철칙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걸그룹에게 웬 여성팬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음반과 각종 굿즈, 콘서트나 팬미팅의 티켓팅 등 실제적으로 금전적, 시간적 실행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월등히 앞서는 건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이나 마찬가지이다.

많은 걸그룹들이 걸크러쉬를 외치며 이른바 ‘여덕’을 모으기에 열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대중성’의 경우 남녀 구분 없이 스트리밍 등 음원 순위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러블리즈는 ‘걸그룹 성공 공식’과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거의 유일한 그룹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블리즈는 ‘특이’하고 또 ‘특별’하다.

일단 러블리즈는 비슷한 팬덤 규모를 지닌 걸그룹들과 비교했을 때 남성팬의 비율이 가장 많은 그룹이다.



실제 러블리즈가 지난달 개최한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콘서트는 남성 관객의 예매 비율이 무려 78.6%에 달했다.

‘삼촌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절대적으로 남성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아이유의 2012년 첫 콘서트 당시 남성 예매 비율이 약 71%였고, 여성팬이 흔치 않은 스래시 메탈 장르의 메탈리카의 고척돔 공연 당시 남성 예매 비율이 72.1% 였다는 것을 보면, 러블리즈의 남성 비율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러블리즈,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의 남성팬 비율이 중요한 건, 상식처럼 여겨지던 ‘남자팬은 여자팬보다 아이돌에게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다’라는 인식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전석 매진을 달성하고 그중 약 80%가 남성팬인 러블리즈 첫 단독 콘서트에서 알 수 있듯이, 러블리즈는 남성팬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또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러블리즈의 남성팬들은 ‘어리지’ 않다.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연령대 예매 비율은 10대 관객의 비율은 22.8%인데 반해, 20대 관객은 45.7%, 30대 관객은 22.5%로 2~30대 관객의 비율이 무려 68.2%에 달한다.

다시 말해 러블리즈는 그동안 아이돌 시장에서 소비계층으로 여기지 않던 2~30대 남성팬들을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던 아이돌 시장의 파이를 한 단계 더 키워냈다는 점에서 러블리즈 개인을 넘어 가요계 전체에도 의미 있는 일이다.

러블리즈가 ‘특이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사실상 ‘전담 프로듀서’를 두고 그의 음악세계를 풀어내는 실험적인 앨범 활동 방식이다.

러블리즈의 ‘전담 프로듀서’란 예상대로 윤상으로, 러블리즈는 싱글로 발표한 ‘그대에게’를 제외하면 데뷔 이후 줄곧 윤상이 이끄는 프로듀싱팀 원피스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이는 27일로 예정된 두 번째 정규앨범 ‘R U Ready?’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윤상은 전작 ‘A New Trilogy’의 쇼케이스 당시 러블리즈를 “나의 페르소나가 맞는 것 같다. 대중음악 프로듀서로서 러블리즈는 신스팝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오브젝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어떻게 보면 러블리즈는 윤상이 하고자하는 걸그룹 음악을 현실화시키고 세상에 알리는 존재인 셈이다.

국내 가요계에서 이런 관계는 흔치 않다. 물론 ‘OO의 뮤즈’라고 부를 정도로 지속적인 호흡을 보여준 작곡가와 그룹은 존재했지만 이는 대부분 곡의 성공 여하에 따른 전략적인 관계에 가까우며, 이마저도 이미지와 콘셉트 변신 등을 이유로 길게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윤상은 ‘러블리즈의 제9의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러블리즈의 음악적 부분을 온전히 맡아 만들어가고 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걸그룹 음악의 작법과 스타일을 따르지 않은 윤상 특유의 음악적 색채들이 러블리즈에게도 투영될 수밖에 없다.
러블리즈,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물론 윤상 역시 히트곡을 다수 만들어낸 히트 작곡가이자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중음악 프로듀서인 만큼, 전위적이고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음악이 실험적이거나 대중성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윤상과 러블리즈는 매번 여러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 대중적 히트를 노리는 여타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또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유를 하자면, 윤상은 장인 정신으로 방망이를 깎는 노인, 러블리즈는 이를 믿고 방망이를 기다리는 손님,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방망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전술한 것처럼 대중적 성공을 위해 여러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매번 트렌드에 맞는 콘셉트를 찾기 바쁜 여러 아이돌의 행보와 비교할 때 러블리즈와 윤상의 이런 방식은 확실히 특이하고 실험적인 것이다.

이렇듯 러블리즈는 일반적인 걸그룹의 성공 방식과 다른 길을 통해 현재 위치까지 온 ‘특이한’ 걸그룹이고, 이런 특이한 행보는 새롭게 발표하는 두 번째 정규앨범 ‘R U Ready?’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러블리즈의 새 앨범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지는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특별한 러블리즈’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 만큼은 지금 당장에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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