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외로운 소녀상…‘눈길’에서 ‘어폴로지’를 외치다

입력 2017-02-14 1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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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를 상징하는 상징물 ‘소녀상’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스크린에서도 예술의 목소리로 힘을 보탠다.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남길 영화 두 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김새론과 김향기가 주연을 맡은 ‘눈길’이 3월 1일 삼일절에 개봉한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과 ‘영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작품. 기획 단계부터 영화-드라마 두 매체로 제작을 기획했던 ‘눈길’은 2015년 2월 KBS1에서 2부작 드라마로 먼저 방송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후반 작업을 거쳐 올해 삼일절에 개봉하게 됐다.

‘눈길’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과거의 주인공은 일제강점기 말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과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영애. 두 사람은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운명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비극의 역사에 휘말리고 일본으로 끌려간 후 지옥 같은 시간에 갇힌다. 삶을 송두리째 뺏긴 후 위험한 결심을 하는 영애와 달리 종분은 극한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밝다. 미소도 여전히 곱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이 보는 이들을 더 먹먹하게 만든다.


‘눈길’은 피해 소녀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일본군에게 유린당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때문에 성적인 폭행 장면은 들어냈다. 이나정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피해 생존자들도 살아계신다. 영화적인 스펙타클한 장면으로 (성적인 폭행 장면을) 그리는 것은 피해자분들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 장면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 일상을 빼앗긴 소녀들의 모습을 담아도 충분히 비극적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눈길’은 일본군이 방에서 나간 후 소녀들이 바닥에 깔린 담요를 털면서 정리하거나 피멍 든 손으로 피임기구를 세척하는 모습, 일본군들이 임신한 소녀에게 아이를 지우는 약을 강제로 먹이는 장면 등으로 표현했다. 직접적인 장면 없이도 영화 속 소녀들의 현실은 잔인하고 비통하다.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자 누가 있을까.

‘눈길’이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에 파동을 일으키는 작품이라면 다큐멘터리 ‘어폴로지’는 적극적으로 함께 나서서 사과(어폴로지)를 요구한다.


‘어폴로지’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무려 6년의 삶을 담았다. 실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도 직접적으로 전한다.

개봉 전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길원옥 할머니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 길원옥 할머니는 “사과를 한다고 그 상처가 없어집니까? 아니죠. 상처는 안 없어지지만 마음은 조금 풀어지니까. 그 날을 기다리고 있죠”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게재 직후 도달률 40만건과 조회 수 4만뷰를 단시간에 돌파했다.

‘어폴로지’는 소녀상이 주먹을 쥔 모습을 그린 메인포스터를 통해 강한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일 ‘위안부’ 졸속 협의가 이루어진 것과 관련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하며 싸워나가겠다는 것. 3월내 ‘어폴로지’ 개봉 이후의 파급력은 더욱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금액 10억 엔을 내놓는 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꾸준히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두고 필담 논쟁이 오갔다. 시민 A씨는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며 “우리가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해야 하나. 먼저 용서하고 화해하는 대한민국 시민이 되자.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한다” “용서와 사랑이 언제부터 불법이 됐는가. 이제는 우리가 먼저 용서하자”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에 또 다른 시민 B씨는 “귀하가 가슴 아픔을 당한 이들을 대신해 용서할 만큼 누군가에게 헌신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느냐. 귀하가 쓴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한다는 글을 수거해 가니 귀하의 글이 과연 재물이라고 여길 시 내용증명서를 보내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시민 A씨에게 ‘눈길’과 ‘어폴로지’의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현재의 대한민국과 일본 모두에게는 ‘눈길’와 ‘어폴로지’가 보내는 메시지를 들여다 볼 ‘의무’가 있다. ‘눈길’에 출연한 김향기는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새론 또한 “모두가 알아야 하는 역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0년에 태어난 두 소녀들도 ‘답’을 알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엣나인필름/CGV아트하우스-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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