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 “슬픈 실화…촬영내내 이슬비에 젖은 느낌”

입력 2017-02-15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정우는 유독 실화 영화에 관심이 많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사람 사는 이야기에 절로 눈이 간다”고 했다. 사진제공|이디오플랜

■ 세번째 실화소재 영화 ‘재심’ 정 우

“10년간 살인 누명쓴 피해자 이야기
마지막 촬영날 실제 변호사와 포옹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해
힘들어도 ‘사람 이야기’ 계속 할 것”

배우 정우(37)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자꾸 눈이 간다고 말했다. 그가 유독 실화 소재의 영화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15일 개봉하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에 정우가 참여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영화에는 아픈 사건이 있지만, 나는 사람이 먼저 보였다”고 했다.

영화는 알려진 대로 2000년 일어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다룬다.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이 10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 앞서 방송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져 대중의 공분을 산 그 사건이다.

“장대비처럼 시원한 기분이 아니라 이슬비에 젖는 느낌의 영화다. 소재가 슬픈 실화라 촬영 때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의 이야기는 꺼내야 했다. 일부러 휴머니즘을 찾는 건 아니다. 납득할 만한 이야기에 눈이 가다보니 ‘쎄시봉’과 ‘히말라야’까지 더해 실화 소재를 세 편이나 하게 됐다.”

정우는 살인사건에 대한 판결을 다시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변호사 역이다. 함께 호흡한 강하늘은 10대부터 30대가 될 때까지 살인누명을 쓴 피해자를 연기한다. 모두 실존인물에서 캐릭터를 따왔다. 정우는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를 모델 삼았다.

영화 촬영이 한창이던 무렵은 실제로 약촌오거리 사건의 재심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때문에 정우는 박 변호사와 만남에 거리를 뒀다. “자칫 의도치 않은 관심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촬영이 재심을 하는 재판장 장면이었다. 촬영장을 찾아온 박 변호사와 뜨겁게 포옹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이해가 갔다.”

배우 정우. 사진제공|이디오플랜


주연 영화를 내놓는 배우에게 ‘100%의 만족’은 불가능한 일. 정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평가도 있지만 개인적인 아쉬움도 어쩔 수 없다”는 그는 “원체 내 연기와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보다 냉정한 평가를 듣는 편”이라고 했다.

“내 자신에게 객관적이고 싶다. 자신감이 차 있고, 교만까지 더해질 때 결국 내가 엉망이 된다는 걸 경험한 탓이기도 하다. 관심을 넘어 과분한 인기를 얻으면 그렇게 되더라.”

정우는 2013년 출연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성공 이후 연기자로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영화 주연으로도 자리매김했다. 1년에 한 편씩 착실하게 편수를 쌓아가고 있다. “30대 초반엔 불안했고 앞날이 두려워 아슬아슬하기도 했다”는 정우는 “한때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지만 이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기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요즘 눈길이 가는 장르는 액션 느와르. 이에 더해 악역이나 액션 도전에도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잡곡밥 먹다 짜장면도 먹고 싶은 기분 아니겠느냐. 하하!”

정우는 4개월 전 담배를 끊었다. ‘재심’ 촬영을 마친 직후다.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고 내 몸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김유미와 결혼해 3개월 전 얻은 첫 딸을 맞이하기 위한 ‘아빠 준비’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담배 끊으니 금방 6kg이 찌더라. 놀랐다. 열심히 동네 뒷산 뛰고 식이요법해서 전부 뺐다. 하하!”


● 정우

▲1981년 1월14일생(본명 김정국) ▲2002년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 단역으로 데뷔 ▲2004년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 조연 ▲2008년 영화 ‘스페어’ 주연 ▲2009년 영화 ‘바람’으로 주목 ▲2010년 제47회 대종상 신인남우상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 ▲2016년 1월 연기자 김유미와 3년 교제 끝 결혼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