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제균 감독 “현빈·유해진·김주혁·윤아, 사람 냄새나는 배우”

입력 2017-02-17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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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부터 배우 스태프까지 모두 간절함 그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믿어요. 최선을 다 했고. 그래서 잘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의 제작사 JK필름의 윤제균 감독은 기뻐하는 모습보다 겸손한 모습을 더 자주 보였다. ‘공조’는 지난달 18일 개봉한 뒤 25일째인 11일 전국 800여개관에서 22만5587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추가해 누적 704만8834명을 기록했다.

구정 설 연휴를 타켓으로 개봉을 한 것이라 흥행 스코어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대박’을 칠거란 생각은 못했다. 제작사도 마찬가지였다. 윤 감독은 “원래 이 정도까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관객들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행복하다. 이 정도까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이 우선 선봉장으로 맡은 바를 다해줬고 배우들의 공도 크죠. 현빈, 유해진, 김주혁, 장영남, 윤아까지 연기에 대해 좋은 평을 들었잖아요. 모두들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간절했던 것이 기억이 나요. 그것을 관객들이 잘 알아보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네요. (웃음)”

‘공조’라는 영화가 탄생하기까지는 약 7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0년 윤 감독은 CJ 시나리오 발굴 프로젝트에서 ‘북한 형사’라는 시나리오를 발견했다. 신선하고 좋다고 생각을 윤 감독은 그 신인작가에게 손을 뻗었고 2010년 9월부터 제작단계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다 김성훈 감독이 만든 컨텐츠팀에 이 시나리오가 전달되면서 순항을 하게 된 것이다.

“완성본이 나오는 게 좀 오래 걸리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영화는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첫 촬영 때도 생각이 나는데 정말 행복했거든요? ‘공조’가 끝까지 행복을 안겨주네요.”

‘공조’라는 영화 하나로 수많은 배우가 주목받았다. 군 제대 후 슬럼프를 겪은 현빈은 다시 흥행 배우로 올라서며 톱스타로서의 가치를 증명했고, ‘믿고 보는’ 유해진은 ‘흥행배우’라는 타이틀과 함께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됐다. 또 그동안 예능에서 ‘구탱이형’으로 매력을 보인 김주혁은 강렬한 악역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소녀시대 윤아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스크린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에 윤 감독은 “배우들이 다들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사람 냄새나는 배우들이라 좋았다”라며 “특히 김주혁은 극 중에서 악역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보면 수다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또 윤아 역시 도도한 면이 있을 것 같았는데 되게 밝고 긍정적인 배우다. 아마도 두 사람이 앞으로 주목 받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빈에 대해 묻자 윤 감독은 “정말 깜짝 놀랐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라며 연기 열정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전했다. 현빈은 ‘공조’에서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액션을 소화해냈다고 이미 여러 번 소개가 됐다. 북한형사 ‘림철령’으로 캐스팅 결정이 나고 그는 제작진에게 바로 액션을 배울 수 있도록 요청했고 북한의 주체격술과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배웠다. 3개월간 액션에 매진한 결과, 그는 절도 있고 타격감이 있는 맨몸 액션을 선보였고 이태원 한복판에서 와이어 줄 하나에 매달려 스릴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윤 감독은 “아마 현빈이 영화를 대하는 기본자세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 그의 몸이 그렇게 타이트하게 나오지 않음에도 4개월간 몸을 만들고 대역을 안 쓰며 액션을 한다는 것은 배우의 간절함이기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역 없는 액션 촬영은 현빈이 흔쾌하게 동의를 했다고. 윤 감독은 “액션은 뭔가 새롭고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컷트 수를 적게 가야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역 배우를 쓸 수가 없었고, 이러한 의견에 현빈이 동의를 하며 자신이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배우들이 열정을 가지고 하지만 현빈은 새로운 모습으로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또 현빈은 인간적으로 정말 착한 사람이다. 저렇게 바르게 생활할 수가 없다. 그의 올바른 마음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공조’는 개봉 당시에는 라이벌작인 ‘더 킹’에 밀리기도 했지만 구정 설날을 기점으로 ‘더 킹’을 제치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좌석점유율이 높아져 영화관 수도 늘어나고 700만이라는 성적을 거두게 됐다. 그는 “시국이 힘들어 관객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길 바랐던 것 같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조’였다. 또 JK필름은 영화를 만들 때 진정성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 처음 기획 할 때부터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통한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JK필름은 ‘국제시장’(2014), ‘히말라야’(2015)에 이어 ‘공조’(2017)까지 3연타 홈런을 터트렸다. 그동안 유쾌한 웃음과 인간미가 넘치는 JK필름의 작품들이 관객들의 입맛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감독은 “자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자유로움을 막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JK필름은 어느 정도 각인된 이미지가 있어서 회사 내부에서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변하지 않잖아요. JK필름다운 작품도 필요하지만 우리도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시도를 하면서 새로운 틀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계속해서 새로운 신인 감독 양성을 위해 힘쓰고 싶다는 윤 감독은 “그들이 JK필름에 와서 발전된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한 제작사입니다. 연출하는 감독으로서, 또 제작자로서 영화인들을 성장시키고 좋은 사람들로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반면에 ‘인복’이 많은 제작사라고 하지만 절대 안 그래요. 캐스팅 한 번 하기 위해서 수 천 번을 거절당하는 걸요. 아까도 말했지만 언제나 우린 간절합니다. 그 간절함으로 또 다시 시작해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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