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2차 평가전을 가졌다. 4회초 무사 1루 한국 최형우가 병살타를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그러나 최형우는 3경기 내내 볼넷 1개를 골라 나가는데 그쳤다. 8타수 무안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진 요미우리, 요코하마와 연습경기까지 합치면, 14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4번타자 최형우’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본인 역시 부담감을 호소했다.
최형우는 “처음엔 국가대표팀도 하던 대로 똑같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갈수록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급해지더라. 그런 마음을 떨쳐내야 좋은 타구가 나올 텐데…”라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도 이런 최형우의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 자꾸 부담을 주니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감쌌다. 이어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스윙도 달라지더라. 평소엔 배트를 휙 내던지듯 돌렸는데, 잘 맞은 타구도 안타가 안 되니 몸통까지 같이 흔들리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해결책은 타순 조정이다.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이대호(35·롯데)가 4번으로 올라가고, 최형우를 5번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김 감독은 “부담을 줘선 안된다. 어차피 중심타선은 김태균, 최형우, 이대호다. 3번은 김태균으로 가고, 4번에 이대호, 5번에 최형우를 넣을까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본 대회에서 성적이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주변의 시선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진 않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형들이 주위 반응을 다 알려준다. (김)태균이형은 슬럼프 없이 정말 잘 치는데도 자꾸 나한테 뭘 가르쳐달라고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김태균과 이대호 두 선배의 존재는 큰 힘이다. 최형우는 “난 괜찮다고 하는데 처음이고 하다보니, 형들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