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박보영, 한드에서 처음 본 여성 슈퍼 히어로

입력 2017-03-04 15: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 │힘쎈여자 도봉순

사진 │힘쎈여자 도봉순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 작품은 지난 달 24일 첫 방송 후 3.829%(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3회 만에 무려 두 배 가까이 뛴 6.081%의 시청률을 거뒀다.

이 같은 상승세는 JTBC가 뉴스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드라마가 11시 시간대에 편성된 것을 비롯해 지상파의 대표 예능들이 동시간대에 방송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성적표다.

이러한 흥행의 원인은 깡패들을 단번에 휘어잡고 테이블에 젓가락을 꽂을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가 귀여움으로 어필해 온 배우 박보영이라는 아이러니와 그의 파트너이자 훗날 연인으로 발전할(?) 박형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미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방송분에서 박보영과 박형식 중 누구의 공이 더 큰지를 굳이 정하자면 당연히 타이틀롤인 도봉순을 소화하는 박보영의 손을 들게 된다.

그는 귀여운 외모와 작은 체구에서 괴력을 뿜어내는 도봉순을 맡아 3회까지 ‘힘쎈여자 도봉순’을 시청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냈다. 귀농을 시도하다가 논두렁에 빠진 경운기를 한 손으로 드는 모습이나 동네의 불량학생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박보영이라서 이질감이 드는 동시에 통쾌함을 안긴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여자 캐릭터는 늘 위기에 빠지거나 곤경을 당하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 때마다 위기에서 구해주는 남자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민폐여주’라는 오명도 뒤집어 쓰곤 했다.

하지만 ‘도봉순’ 속 상황은 기존의 드라마와 역전된 관계를 구축한다. 으슥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장면을 박보영이 혼자 돌아다녀도 시청자들은 안심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도봉순’의 매력은 민폐 여주가 되고 싶어서 타고난 힘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여자 캐릭터를 탄생시킨 데에 있다.

이런 면에서 박보영의 도봉순은 마치 영화 ‘배트맨VS슈퍼맨’의 유일한 볼거리로 평가 받던 원더우먼을 연상시킨다. 박보영은 초반 기세를 몰아 이대로 JTBC 드라마를 구한 원더우먼으로 남을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