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신화 눈앞…전미정의 저력

입력 2017-03-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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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정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역대 4번째로 총상금 10억엔 돌파를 눈에에 두고 있다. 일본에서만 2005년 이후 벌써 13번째 시즌을 맞은 그녀는 조용하지만 알찬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부상·슬럼프 딛고 꾸준한 성적 개막전 11위
JLPGA 13년차…일본 역대 4번째 대기록


프로 16년차 전미정(35)이 대기록을 향해 조용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프로에 데뷔한 전미정은 2005년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새 길을 개척했다. 어느덧 13년째인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역대 4번째 총상금 10억엔(약 101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미정은 소리 없이 강하다. 국내에서의 우승은 2번뿐이었지만, 특별한 기록을 많이 남겼다. 2003년 파라다이스 여자 인비테이셔널에서 18홀(11언더파 61타)과 36홀(15언더파 129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전미정은 2004년 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에선 박세리(40), 김미현(41), 박지은(38), 한희원(39), 장정(37) 등이 ‘코리언 돌풍’을 일으키던 때였다. 전미정은 미국이 아닌 일본을 택했다. 2004년 퀄리파잉 토너먼트 24위로 JLPGA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일본에선 고 구옥희, 고우순(53)을 비롯해 5년 먼저 데뷔한 이지희(38)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전미정은 데뷔 2년차에 첫 우승을 신고하며 당당히 한국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2006년 후지쓰 레이디스와 L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메이지컵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이후 2013년까지 매년 1승 이상씩 챙겼고, 2012년 니치이코 레디이스 토너먼트에서 JLPGA 통산 20승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또 2012년에는 투어 진출 8년 만에 처음으로 상금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2013년까지 통산 22승을 거둔 전미정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4년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맞았다. 난생 처음 겪는 위기에 고민이 깊어졌다. 5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골프장에서 끝난 JLPGA 투어 2017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만난 전미정은 “아팠지만 참고 치기도 했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부상으로 인한 부진은 2년이나 지속됐다. 2015년까지 우승이 없었고, 상금랭킹도 점점 떨어져 2014년 24위, 2015년 22위에 그쳤다.

어렵던 시간 도움을 준 이는 스윙코치인 형부였다. 고교 시절부터 지도해온 스윙코치 김종철 씨는 전미정의 친언니와 결혼하면서 가족이 됐다.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함께 투어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전미정은 “형부가 자신감을 잃지 않게 많이 도와줬다. ‘다시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줬고, 그 덕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전미정을 만나는 동안에도 형부 김 씨는 옆에서 처제의 골프백을 챙겼다.

지난해 7월 사만사타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 우승으로 길었던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 전미정은 “정말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3년 만에 다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10월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에서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전미정은 통산 24승째를 달성하며 일본에서 한국인 최다승(종전 구옥희 23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12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온 전미정은 올해 또 하나의 대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개막전에서 공동 11위에 오른 전미정은 상금 193만2000엔을 추가했다. 통산 상금 9억9385만3698엔을 벌어 10억엔까지 약 615만엔을 남겨두고 있다. 꾸준함과 노력의 보상이다.

JLPGA 투어에서 통산 상금 10억엔을 돌파한 주인공은 3명뿐이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 연속 상금왕을 휩쓸었던 후도 유리(통산 50승)와 투어 16년차 이지희(통산 21승), 그리고 요코미네 사쿠라(통산 23승)가 10억엔 벽을 허물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전미정의 10억엔 돌파는 3월 안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미정은 “기록에 의미를 두면서 경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돌아보니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미정의 골프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골프에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전미정은 말했다. “어디 부러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골프를 하겠다.”

오키나와(일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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