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의 ‘야구 세계화’ 야망, WBC 변방은 없다!

입력 2017-03-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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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야구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주도로 창설됐다. 탄생 배경은 명확하다. ‘야구의 세계화’. 참가국이 적어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될 정도로 야구는 국제화된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동안 MLB 선수들이 나서는 국제대회도 없었다.

야구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참가국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WBC는 참가선수의 자격을 확대해 다양한 나라의 대표팀 구성을 유도했다. ‘선수 본인의 국적’이나 ‘영주권’ 외에도 ‘선수가 참가국 혹은 그 영토에서 태어난 경우’, 심지어 ‘부모 중 한 명이 참가국 혹은 그 영토의 시민권자인 경우’까지 인정했다.

예를 들어 kt 투수 주권(22)의 경우, 한국 국적자임에도 중국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05년 한국으로 와 2년 뒤 귀화했다. 중국에서 태어난데다, 부친의 국적이 중국이기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42)는 2006년 1회 대회 때 미국대표팀의 일원으로 대회에 나섰으나, 2009년 2회 대회 땐 도미니카공화국 소속으로 참가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82승을 거둔 브루스 천(40)은 1·2회 대회 때 파나마 대표였고, 이번 대회에선 중국 유니폼을 입었다. 중국계 파나마 이민자 3세인 그는 은퇴 후 클리블랜드 프런트로 일하다 조부모의 혈통을 따라 대회에 참가했다.

1라운드에서 파죽의 3전 전승을 거두며 A조 1위를 확정한 이스라엘은 28명의 선수단 중 단 1명만이 본토에서 태어났다. 27명이 미국계 유대인이다. 이스라엘에 가보지도 못했고, 이스라엘의 국가도 모르는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았다. 유대인들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귀환법’이 있는 이스라엘은 묘하게 성격이 맞아떨어진 WBC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아이크 데이비스(30·LA 다저스)는 이스라엘 야구협회 초청으로 본토를 방문해 야구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대회가 처음 생길 때만 해도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초대 대회 후 11년이 흐른 지금, MLB 사무국이 의도한 야구의 세계화는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같은 ‘야구 변방’이 쓰는 기적은 그들이 가장 원하던 그림이다.

MLB는 전 세계로 야구를 확대해 원활한 선수공급을 시작으로, 중계권·머천다이징 시장 확대 등 WBC를 통한 야망을 갖고 있다. 그들이 원하던 대로 야구의 세계화는 시작됐다. 그 사이 한국은 1·2회 대회의 성공 이후 두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패를 맛봤다. 이제 더 이상 야구의 변방은 없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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