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WBC대표팀. 스포츠동아DB
●‘화려한 데뷔’ 서건창…차세대 리드오프로
8명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는 서건창이었다. 서건창은 대회 직전 열린 평가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며 2번타자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6일 1라운드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에서 비록 패했지만 2안타를 때려내며 분전했다. 한국이 이날 거둔 유일한 타점도 서건창의 몫이었다. 서건창은 다음날 네덜란드전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9일 대만전에서 다시 2안타 2타점을 휘두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석민 역시 KBO리그에서 보여준 기량을 국제무대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했다. 대회를 앞두고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한 데 이어 조모상까지 치러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전부터 타선에 복귀해 제몫을 해냈다. 9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수비에서도 어려운 타구를 여러 차례 걷어내며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만족할 순 없지만 소중한 경험
새 4번타자로 기대를 모은 최형우는 WBC 내내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지훈련까지만 해도 중심타선 합류가 유력했지만, 평가전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해 1·2차전 모두 선발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2차전 9회초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내야땅볼을 친 뒤 전력으로 달려 안타를 만들어내고, 3차전 선발로 복귀해 다시 안타를 추가했다.
김하성과 김태군, 박건우는 아쉽지만 뜻 깊은 경험을 모두 마쳤다. 김하성은 선발과 백업을 오가며 차세대 유격수로서 가능성을 보였고, 김태군과 박건우 역시 각각 2차전 선발과 3차전 교체로 나와 그라운드를 밟았다. 마운드에선 원종현이 3경기를 뛰며 첫 대회를 완주한 반면 장시환은 3차전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지만 동점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한국의 1라운드 탈락으로 개인성적은 모든 게 무의미해 보이지만, 좌절과 실패의 경험도 언젠가는 큰 자산이 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국가대표 첫 경험은 분명 성장의 자양분이 될 터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