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향기 “책임감으로 출연한 ‘눈길’…많이 울었어요”

입력 2017-03-11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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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향기(17)가 영화 ‘눈길’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향기는 최근 진행된 영화 ‘눈길’ 인터뷰에서 “작품을 혼자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더라”면서도 “회사 식구들과 가족들에게 물어보는 편이지만 다들 나를 배려준다. ‘눈길’은 내 의지로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두 소녀의 우정을 다룬 영화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과거를 그렸다. 2000년생 동갑내기 김향기과 김새론이 14살 어린 나이에 ‘스스로’ 결정한 작품. 김향기는 극 중 가난한 집안과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씩씩한 소녀 종분을 연기했다.

김향기는 “시나리오를 읽고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 소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썼더라. 아프지만 아름답게 표현돼 더 가슴에 깊이 남았다. 다만 내가 고스란히 다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잘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어렵게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위안부 피해와 관련된 자료 조사부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이었지만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김향기는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깊이 있게 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피해자가 많게는 40만명 정도라고 하더라”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사람들이 진실을 깨우칠 수 있도록 배우로서 학생으로서 열심히 알려야겠다 싶었다”고 고백했다.

“밝은 성격이 나와 닮았다”고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낸 김향기는 종분을 “성장의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역사를 다룬 작품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종분을 통해 나도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향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초반 기차 장면을 꼽았다. 극 중 종분과 영애를 포함한 소녀들은 기차에 갇힌 채 수용소로 끌려간다. 종분은 틈새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며 “말도 못하고 왔는데. 엄마가 기다릴 텐데…”라고 중얼거린다. 격앙된 감정 표현 없이 쓸쓸하게 읊조리는 모습이 오히려 더 큰 먹먹함을 남기는 장면. 김향기는 “소녀들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두려움, 무서움이 담긴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마지막에 할머니가 된 종분이 눈을 바라보면서 좋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의 뒷모습에서 세월이 보이더라. 아련한 느낌을 받았다. 끌어안아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생해서 만든 ‘눈길’의 완성본을 보고 김새론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을 못했다. 둘 다 너무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찍으면서도 보고 이후에도 이미 여러번 봤는데도 시사회 당시 목 메이고 답답하더라”며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영화로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눈길’은 지난 삼일절 개봉해 10일까지 10만8946명의 관객을 만났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필람 무비’로 꼽히면서 신작의 개봉에도 박스오피스에서 수차례 역주행해 눈길을 끌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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