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베테랑 토크②] 김응수의 일침 “요즘 배우들, 배역 분석 대신 성형수술만”

입력 2017-03-24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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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몇몇 톱스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까지 젊은 스타들의 몫이다. 때문에 한번쯤 속마음을 들어 보고 싶은, 혹은 걸어온 삶의 스토리가 궁금한 베테랑 스타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없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말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곳이 연예계다. 이런 연예계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한 스타라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마땅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오랜 시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전문성’과 차별화 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베테랑 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재조명 되기를 바라며 ‘베테랑 토크’를 준비했다. 가장 먼저 만난 베테랑 스타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응수’다. 그는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두 시간 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편집자 주> 》

앞선 첫번째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배우 김응수는 기록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했다. 그는 “왜 기록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배우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연기를 할 때는 우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굳건히 서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 믿음은 배우가 얼마나 맡은 역할에 대해 철저히 공부를 했는가를 통해서 생기는 거예요. 영화 ‘검사외전’에서 제가 국회의원 역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 때 전 국회는 뭐하는 곳인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국회의원 월급을 얼마인지를 다 조사했었죠. 그리고 실제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요. 그렇게 한달만 하고 나면 걸음걸이부터가 확 달라져요. 말만 들어선 몰라요.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 알지.”

연기를 한다는 것이 이토록 지난하고 고된 작업이었던가. 김응수는 “금방 내가 이야기 한 것들을 요즘 배우들은 잘 하지 않는다. 비과학적이고 시간도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학 다닐 때 교수님들이 어떤 배역을 맡으면 ‘이 배역이 혈액형은 무엇일 것 같으냐’, ‘색으로 표현하면 어떤 색일 것 같으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그걸 다 레포트로 써서 내야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 이 캐릭터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딱 깨달아지는 순간이 와요. 그러면 그 때 연기하는 배우가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사진│KBS

사진│KBS


사진│영화 ‘코리아’ 스틸컷

사진│영화 ‘코리아’ 스틸컷


사진│‘위험한 상견례’ 스틸컷

사진│‘위험한 상견례’ 스틸컷


김응수는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호기심이라고 답했다. 대본을 받고 한 배역이 주어지면 이 배역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궁금해 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요새 젊은 배우들은 저런 작업들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해요. 그럴 시간에 차라리 성형수술을 해서 보기 좋은 모습으로 가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하는거죠.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하지 않고 그 캐릭터를 이용해 배우 자신이 더 멋져 보이고 예뻐 보이려고 해요. ‘사임당’을 보세요. 거기에서 신사임당의 모습이 보이기는 합니까?”

그가 말하는 작업에서 고(故) 히스 레저가 악당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그 배역이 돼 일기장을 썼다는 이야기가 연상됐다. 김응수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건 그만큼 그 배우가 배역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를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그 배역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고는 ‘아 내가 그 배역이 되어 일기를 써봐야 겠다’는 발상까지 이어질 수가 없어요, 그래야 이른바 ‘메소드’ 연기를 할 수 있죠. 이런 과정 없이 메소드 단계로 들어가 봐야 깊이가 얕아요. 그러면 대중들도 몇 작품 보다가 금방 그 배우의 역량을 다 파악해요. 그래서 대한민국 스타들의 말로는 결국 추락일 수밖에 없는거죠.”
사진│영화 포스터

사진│영화 포스터 


이런 악순환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김응수는 젊은 배우들의 자세 뿐 아니라 “잘생기고 예쁘면 봐주는 대중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걸 상품화 시켜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상품화를 하더라도 레벨이 좀 높아야죠.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대중은 그 사람이 계속 제자리면 봐주질 않아요. 대중들에게 이전보다 더 좋은 걸 보여줘야죠. 그게 바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진짜로 해야 하는 일이에요.”

→③ 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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