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부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몇몇 톱스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까지 젊은 스타들의 몫이다. 때문에 한번쯤 속마음을 들어 보고 싶은, 혹은 걸어온 삶의 스토리가 궁금한 베테랑 스타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없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말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곳이 연예계다. 이런 연예계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한 스타라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마땅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오랜 시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전문성’과 차별화 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베테랑 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재조명 되기를 바라며 ‘베테랑 토크’를 준비했다. 가장 먼저 만난 베테랑 스타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응수’다. 그는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두 시간 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편집자 주> 》

배우에게 있어 가장 큰 바람은 무엇일까. 그동안 많은 배우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의 바람은 결국 하나였다. 연기를 잘하는 것, 그리고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를 안심하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우 김응수는 앞서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 과정을 후배 배우들이 건너 뛰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런 것들이 왜 밑의 후배들로 이어지지 않았느냐고? 그건 인터넷의 발달이 첫 번째 이유죠. 조금만 검색해 보면 다 나오니까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죠. 하지만 검색을 통해서 아는 건 겉핥기에 불과해요. 그런 정보를 가지고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다른 사람에게 묻고 대화는 나누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연기란 무엇인지 혹은 그 배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자신이 이해할 때와 새로운 해석이나 정보가 나와요.”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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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연기를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눈물을 잘 흘리는 것일까 아니면 화내는 연기를 할 때 신이 들려야 하는 것인가.

“간단합니다. 우선 배우가 연기라는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보는 관객이 있잖아요. 연기를 잘한다는 건 배우의 행위를 통해서 관객을 감동시키는 겁니다. 감(感)이란 느낀다는 말이고 동(動)은 움직이는 거죠. 즉, 배우의 연기를 관객이 보고 무언가를 느끼고 어떤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해야 해요. 그게 바로 진짜 감동이고 ‘연기를 잘하는 것’이죠. 마치 지금의 시국을 보고 어떤 것을 느껴 광화문 광장으로 촛불을 들고 나아가는 것처럼요.”

우선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 답이다. 말은 쉽지만 이건 누가 해도 절대 쉬운 일일수가 없다. 그럼 김응수의 관점에서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 사람이 어떤 분야를 특별하게 잘하고 싶으면 연습을 해야 해요. 그것도 정말 열심히. 그거 말고는 특별한 비결이라는 건 절대 없어요. 그런데 연습은 하지 않으면서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라고 바라기만 하면 아무 일도 안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하고 다를 바가 없는 거예요.”

김응수는 지금의 연예계를 두고 ‘진짜보다 가짜가 더 대접받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더 귀하고 기특한 후배들에게 “운이 터질 때까지 실력으로 버텨야 하고 그러려면 계속 연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새 젊은 배우들과 대사를 맞춰보면 저보다 훨씬 잘하는 배우들을 만나곤 해요. 차승원이나 김수현 같은 배우들이 그렇죠. 특히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에서 딱 한두 마디 나눠보니까 굉장히 기본기가 탄탄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게다가 인성까지 바른 친구예요. 딱 봐도 잘될 수밖에 없는 배우였어요.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저도 그들과 같은 시간대를 살고 싶어져요. 그래서 계속 제 자신을 부수죠.”

그는 그렇게 자신을 파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배우 김응수’가 됐다. 41세까지 드라마는 쳐다보지 않던 김응수는 이제 드라마 현장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배우라는 직업은 결국 남을 속이는 직업이에요. 그들에게 최고의 칭찬은 ‘진짜 의사 같아’, ‘진짜 변호사 같아’ 라는 감탄이거든요. 즉 속이는 기술이 높으면 높을수록 큰 배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결국은 계속 공부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죠. 그랬는데도 결국 밑천이 다 드러나면 그 때는 당연히 배우를 그만둬야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