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극단적인 ‘힐만 시프트’ 독인가? 약인가?

입력 2017-04-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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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SK 힐만 감독.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수비시프트는 흔히 ‘양날의 검’과 같다고 한다. 타자의 ‘경향성’을 나타낼 만한 통계를 바탕으로 수비 위치를 조정했는데, 평범한 땅볼이 나온다면 어떨까.

SK-KIA전이 열린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가동했던 적극적인 수비시프트를 정규시즌에서도 계속 가동하고 있다. 거포가 즐비한 KIA 타선을 상대로 4일 첫 만남부터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썼다. KIA 4번타자인 좌타자 최형우를 상대로 3루수가 유격수 자리로 이동하고, 1루와 2루 사이에 내야수 3명이 배치되는 등 극단적인 방식이 또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프트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처음 보여주기도 했다. 4회말 선발 메릴 켈리의 난조 속에 2안타 2볼넷으로 선취점을 내준 상황, 켈리가 무사만루에서 나온 김선빈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2사 2·3루가 됐다. 타석엔 우타자 김주형. 정상수비위치에서 김선빈을 상대했던 SK 벤치는 내야수들을 좌측으로 이동시켰다. 기본적으로 잡아당기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2루수는 2루 근처로 이동했다.

김주형은 2구째 켈리의 바깥쪽 공을 받아쳤다. 켈리의 주무기인 컷패스트볼이었다. 컷패스트볼답게 김주형의 배트를 부러뜨리며, 타구가 우측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상수비였으면 2루수가 있었을 자리에 야수는 없었다. 2루수 김성현이 급히 따라갔지만, 빗맞은 타구는 우익수 앞으로 굴러갔다. 그 사이 빠르게 출발한 3루주자 나지완과 2루주자 서동욱이 모두 홈을 밟았다.
결과론이지만, 정상수비였다면 이닝이 종료될 수도 있었다. 시프트를 사용할 때는 투수도 이를 고려한 피칭을 해야 한다. 그러나 켈리가 던진 바깥쪽 공은 시프트와는 정반대인 우측으로 타구를 보낼 위험성이 있었다.

지나친 수비시프트는 투수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건 결과로 귀결되지만, 통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프트는 평범한 공 하나가 잔혹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만든다. 최근 3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향성이 있는 타자들 모두에게 수비시프트를 주문하는 힐만 감독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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