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수와 김주혁이 미스터리해졌다. 쉼 없이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거듭 도전하고 있는 두 사람이 이번에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입었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주연 배우 고수와 김주혁 문성근 박성웅 그리고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최종 연출한 김휘 감독이 참석했다.

빌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을 영화화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중도 하차한 정식 감독의 메가폰을 넘겨받아 김휘 감독이 완성한 작품이다.

김휘 감독은 “원작 ‘이와 손톱’은 서스펜스 스릴러의 교본으로 불릴 만큼 이야기 구조가 재밌는 소설”이라면서 “우리 ‘석조저택 살인사건’도 이야기 흐름을 쫓으면서 보는 즐거움이 클 것이다. 1940년대 해방기 경성을 배경으로 해서 시대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우 문성근은 “시나리오를 읽고 무대를 어떻게 옮겼는지 궁금해서 나도 원작 소설을 사서 봤다. 우리 작품은 해방 직후 한국으로 잘 옮겼더라”고 거들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앞서 2월 개봉한 SF 판타지 ‘루시드 드림’과 하반기 개봉을 앞둔 사극 ‘남한산성’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열일하고 있는 고수.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는 미스터리한 운전수 최승만으로 열연했다. 최승만은 경성의 정체불명 운전수이자 사체가 없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다. 고수는 “이 같은 점만 봐도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분위기가 독특했다.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묘한 분위기였다.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면서 “최승만은 나이와 이름 등 본인의 모든 것을 지운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고수의 최승만 만큼 김주혁이 맡은 남도진도 미스터리한 캐릭터다. 올초 780만 관객을 돌파한 ‘공조’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김주혁은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사체가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 남도진을 연기했다. 남도진은 경성 최고의 재력가로 4개 국어와 능숙한 피아노 실력까지 두루 갖췄지만 출신이 분명치 않고 베일에 싸여있어 소문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다.

김주혁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어서 그런지 기본 구조가 탄탄하게 느껴졌다. 촬영할 때는 타임머신을 타고 1940년대로 간 것 같았다. 오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남도진은 살인사건의 용의자에 베일에 싸인 인물. 누가 봐도 악역으로 비춰지지만 김주혁은 “악역이 아니다. 유력한 용의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와 김주혁의 첫 호흡은 어땠을까. 고수는 “김주혁을 작품을 통해 많이 봤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촬영 당시 선배가 매주 TV에서 (‘1박2일’을 통해) 즐거움을 줄 때라 나 혼자 친근함을 느꼈다. 처음 봤는데도 오래 알고 지낸 형님처럼 다가갔다. 좋았다. 생각해보면 선배에게 결례인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주혁은 “고수는 정말 진지한 친구다. 장점이긴 한데 좀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매사에 어떤 신이든 진지하게 임하더라. 자신을 좀 쉬게 해줬으면 한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날 행사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다가도 배우들 스스로 ‘스톱’하는 모습이었다. 비밀이 곳곳에 숨은 작품이라 혹시나 있을 스포를 막기 위한 것. 고수는 “어렵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많은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들은 어느 부분에 흥미를 가져야 할까. 김주혁은 “사건과 사건을 해결하는 법정신이 교차하는 영화다. 사건을 같이 풀어헤치는 기분을 받을 것.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과 이면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긴장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독특한 구조와 장르의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5월 극장가를 찾아온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