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웹툰 ‘치즈인더트랩’(위)과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이제는 영화로 만나게 된다.

원작 웹툰 ‘치즈인더트랩’(위)과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이제는 영화로 만나게 된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소스, 즉 하나의 콘텐츠로 여러 상품 유형을 전개시킨다는 뜻의 용어다. 과거 소설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콘텐츠였다면 현 시대에는 그 중심에 ‘웹툰’이 있다. 인기를 끈 웹툰은 PC와 모바일에서 독자를 만나는 것을 넘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2차 저작물로 재탄생한다. 드라마 ‘미생’ ‘호구의 사랑’과 영화 ‘내부자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썸남’ ‘우리 헤어졌어요’ 등 요즘은 웹드라마나 웹무비로 제작되기도 한다.

순끼 작가의 ‘치즈인더트랩’도 그 중 하나다. 평범한 여대생 홍설과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 ‘치즈인더트랩’은 2010년 연재를 시작해 최근 엔딩을 맞았다. 무려 7년의 시간을 독자와 함께한 작품. 지난해 화제 속에 tvN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일부 미스 캐스팅과 중후반부 산으로 가는 스토리로 원작 팬들과 시청자 모두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 가운데 ‘치즈인더트랩’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드라마에 실망한 팬들은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표했다. 주조연의 캐스팅 하나에도 반응은 폭발적이다. ‘치즈인더트랩’은 11일 테스트 촬영 후 이달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크랭크인을 앞두고 영화판 ‘치즈인더트랩’의 연출자 김제영 감독을 만났다.


Q. ‘치즈인더트랩’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A. 처음에 제안을 받고 흥미를 느꼈다. 주저 없이 선택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작품이지 않나.

스토리가 누군가가 보기에는 밋밋할 수 있지만 사사로움에서 오는 긴장감을 영화로 표현하면 새로운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치즈인더트랩’에는 이 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우리 주변의 인물과 상황을 묘사한 부분이든지….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영리한 작품이다. 이러한 지점을 영화적으로 그려내 보고 싶었다.


Q. 7년 동안 연재한 웹툰을 러닝타임 2시간 영화로 압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점에 주안을 뒀나.

A. 어떻게 영화로 바꿀지 플롯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단순한 지점으로 돌아왔다. ‘치즈인더트랩’ 영화판은 유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정이 가진 미스터리한 면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이 스토리를 이어가는 힘이 될 것 같더라. 웹툰을 보면서 느낀 섬찟하고 긴장감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Q. 원작 웹툰과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어떻게 봤나.

A. 드라마는 몰아서 봤고 웹툰은 디테일하게 한달에 걸쳐 봤다. 웹툰을 보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런지 드라마도 흥미로웠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도 재밌지만 이윤정 감독의 ‘치즈인더트랩’과 내가 만든 ‘치즈인더트랩’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는 청춘 로맨스의 느낌이 강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서스펜스가 약해진 것 같다. 웹툰은 전체적으로 서스펜스적인 느낌이 강했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청춘 로맨스를 베이스로 하되 서스펜스를 중요한 축으로 간다. 그렇다고 어두운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메가폰을 잡는 김제영 감독.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메가폰을 잡는 김제영 감독.



Q. 원작 팬들에게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는데.

A. 반발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주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 웹툰은 오랜 시간 연재한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로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은 사실 물리적으로 힘들다. 2시간 동안 보면서 ‘영화로 나오니 또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는 지점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Q. 그래도 원작 팬들과 일반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들 때 창작자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A. 맞다. 영화적으로 압축하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떤 부분을 생략할 때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를 두고 많이 우려했다. 내부적으로 회의를 많이 했다. 기준은 ‘우리 엄마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영화’였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보다는 양측의 이해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치즈인더트랩’ 웹툰이 종결되기 전에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 웹툰과 스토리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나.

A. 원작에 기초한 스토리기 때문에 다르진 않다. 웹툰의 결말에 영향은 안 받았지만 따로 가는 개념은 아니다. 웹툰을 보면서 매력을 느낀 에피소드를 기준으로 시퀀스를 만들어서 플롯을 짰다.

지난해 9~10월에 시나리오가 나왔다. 캐스팅된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이 관계를 설정하는 각 에피소드에서 재밌는 것들을 차용했다. 오영곤을 예로 들 수 있다. ‘치즈인더트랩’ 팬이라면 캐스팅을 보고 대략적으로 어떤 에피소드가 들어갔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Q. 원작자 순끼 작가의 자문을 구했다고 들었다. 그가 영화판 ‘치즈인더트랩’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나.

A. 자문에 깊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간단하게 의견을 더한 정도다. 어떤 포인트를 살리고 더하는 것에 대한 코멘트였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불가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원작자의 의견을 녹일 수 있는 부분은 녹이려고 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