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다이닝에 원해스님 사찰음식·광장시장 김치를 더하다

입력 2017-04-1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세 번째 코스이자 메인디시를 준비하기 위해 곶감 퓨레로 만든 가니쉬를 접시에 올리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서울 한남동 ‘조셉스 코리아’ 호주출신 셰프 ‘조셉 리저우드’

16일까지 재미있는 팝업 레스토랑
하루 16명에게만 허하는 환상의 맛
‘리저우드의 철학’ 담긴 4코스 요리

눈에 보이는 요리 모양새와 접시에 올린 담음새는 전형적인 서양 파인 다이닝이다. 그런데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으면 절로 이런 탄성이 나온다. “이건 너무 익숙한 맛인데….”

서울 한남동의 요리 이벤트 공간 라퀴진에서는 3월25일 재미있는 팝업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영업 기간은 4월16일까지 딱 4주. 그것도 토·일 이틀만 문을 열고 손님은 예약제로 16명만 받았다. ‘조셉스 코리아’라는 이 팝업 레스토랑은 유럽, 스칸디나비아, 아시아의 여러 미슐랭 레스토랑을 거친 호주의 젊은 셰프 조셉 리저우드가 시작했다.

리저우드 셰프는 4개월 전부터 한국에 머물며 그동안 고운사 원해스님에게 사찰음식을 배우고 광장시장에서 김치를 담그는 등 우리 식재료와 요리를 탐구했다. 그는 각종 팝업 이벤트에서 곶감 올린 홍어, 된장초콜릿 등을 공개했고, ‘조셉스 코리아’에서는 삼치와 토마토 흰딸기, 깻잎과 귤 키조개, 염소와 두릅, 사슴과 배, 얼린 매실 등 우리 식재료의 색다른 조합을 선보였다.

궁금증과 관심은 높았지만 영업기간과 예약인원이 워낙 빠듯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중, ‘조셉스 코리아’에서 리저우드 셰프의 요리를 테이스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디너는 1시간 반에 걸쳐 8코스나 내놓지만, 테이스팅에서는 그의 요리철학을 압축한 네 코스의 요리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1코스:방울토마토, 블랙 애플 캐비어, 해초를 가니쉬한 ‘삼치 회’

총 네 코스로 구성한 테이스팅의 시작을 알린 아뮤즈 부쉬는 삼치회였다. 삼치회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만, 다루기가 까다로운 생선이라 대개 남해안 항구나 제주 등 산지에서 주로 만나는 음식이다. 리저우드는 삼치회에 방울토마토, 블랙 애플 캐비어, 미역 등을 곁들였다. 이 요리에서 눈길을 끈 것은 삼치 위의 작은 검은 알갱이들. 사과즙을 이용해 고급 식재료인 캐비어 모양을 만들어 올렸다. 삼치와 미역이 어우러진 바다의 풍미가 입맛 돋우는 아뮤즈 부쉬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2코스:계란 노른자와 배 피클, 맥주 머랭을 올린 ‘사슴고기 타르타르’

우선 주재료가 사슴고기라는 점부터 이채롭고, 그것을 한국의 육회처럼 조리한 것도 색달랐다. 사슴고기 타르타르 위에 계란 노른자를 올리고, 배는 피클로 만들어 고기 밑에 받쳤다. 특히 고기 위에 올라간 맥주 머랭은 입안에 넣는 순간 스르르 녹으며 호프 향을 풍겨 먹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3코스:당근김치, 돼지껍데기 튀김, 곶감으로 가니쉬된 ‘돼지고기 볼살’

코스의 메인디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조리해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충분히 살린 돼지 볼살에 당근으로 담근 김치, 돼지껍데기 튀김을 곁들이고 곶감 퓨레를 마치 소스처럼 접시에 올렸다. 담백하면서 씹는 맛이 좋은 돼지 볼살과 아삭거리는 당근김치의 궁합이 좋았다. 우리는 구워서 먹는데 익숙한 돼지껍데기를 마치 스낵처럼 튀긴 아이디어도 멋졌다.

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4코스:연근, 대추퓨레, 참깨퓨레를 올린 두유 커스타드 파이와 참기름 한 방울 ‘마 아이스크림’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디저트는 사찰음식서 영향을 받아 만든 것이다. 두유로 만든 부드러운 커스타드 파이 위에 연근, 대추퓨레, 참깨퓨레 등을 고명으로 올렸다. 거기에 참기름을 친 마 아이스크림을 곁들였다. 두유 커스타드는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마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거기에 리저우드 셰프가 푹 빠졌다는 한식 식재료인 참기름으로 풍미를 더한 시도도 대담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