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 최동환, 사이드암에서 오버핸드가 되기까지

입력 2017-05-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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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동환은 사이드암에서 오버핸드로 변신해 성공 가도를 준비하고 있다. LG의 필승카드로 연일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최동환. 스포츠동아 DB

최동환(28)이 LG 핵심불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1일까지 11경기에 나서 3홀드, 방어율 2.38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즌 개막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보직은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마운드에 올라가는 롱맨, 추격조였다. 그러나 등판할 때마다 연일 호투를 펼치며 최근 이기는 경기에도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30일 수원 kt전에서는 7-5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 공 9개로 1이닝을 매조지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LG 최동환. 스포츠동아DB



● 사이드암→오버핸드가 되기까지

최동환은 경동고 시절 사이드암 투수였다. 옆구리 투수임에도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져 2009년 신인지명회의에서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높은 지명순위만큼 그를 향한 기대가 높았다. 강속구를 인정해 입단 첫 해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했다. 그도 처음에는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제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결국 1승1패, 1세이브, 1홀드, 방어율 7.07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동환은 이듬해에도 1군에 1경기 나섰지만 볼넷 2개만 내준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고질적 제구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2013년 팀에 돌아왔지만 자리는 없었다. 사면초가였던 그는 고민 끝에 사이드암에서 오버핸드 투수로 변화를 꾀했다.

처음에는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스스로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야구계에는 ‘사이드암은 시간이 지날수록 팔이 올라가고, 오버핸드는 힘이 떨어질수록 팔이 내려간다’는 얘기가 있다. 사이드암이었던 그가 팔을 올린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3년 전에 이대로는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변화가 필요했고, 팔을 오버핸드로 올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자신의 장점인 강속구를 잃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오버핸드로 팔을 올리고 처음 등판했던 (2군) 경기에서 140㎞ 중후반대 구속이 나왔다. 만약 그때 구속이 떨어졌다면 다시 팔을 내리고 던졌겠지만 다행히 스피드가 나쁘지 않게 나왔다”며 “이전보다 공을 원하는 곳에 꽂아 넣는 것도 쉬웠다. 그래서 계속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암 시절 최동환. 사진제공|LG 트윈스



● 팔을 내린 원종현…팔을 올린 최동환

많은 야구팬들이 NC 원종현(30)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남다른 야구열정 때문이다. 원종현은 2006년 LG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에 한 번도 서보지 못한 채 2010년 방출을 당했다. 입을 유니폼도 없었지만 그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비를 들여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홀로 재활을 견뎠다. 2011년에는 창단을 준비하는 NC 공개트라이아웃에 참가해 다시 프로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NC에서도 그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년간 2군과 3군을 계속 전전했다.

원종현을 바꾼 건 ‘팔을 좀 내려 던져보라’는 최일언 투수코치(현 수석코치)의 한 마디였다. 더 잃을 게 없었던 그는 최 코치의 조언을 듣고 오버핸드에서 쓰리쿼터로 팔 위치를 바꿨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구속이 150㎞까지 올라가면서 강력한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 2014시즌부터는 단숨에 팀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더니, 2017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가 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원종현이 팔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8년이었다.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야구에 절실하게 매달렸기에 지금의 그가 있었다.

최동환은 원종현과 반대로 팔을 올렸다. 물론 둘이 걸어온 과정은 다르지만, 최동환 역시 ‘야구를 잘 하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점이 닮아있다.

양상문 감독도 최동환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양 감독은 “투수는 작은 변화에 매우 예민하다. 작은 차이로 투구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며 “타자는 상대투수에 따라 타격폼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투수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면 투구폼을 바꾸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팔을 내려 던지는 것보다 올려 던지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도 아닌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동환은 “그때는 안 되니까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결정했던 것 같다”며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많지만 계속 노력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NC 원종현-LG 최동환(오른쪽). 스포츠동아DB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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