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도원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 보고 무릎 탁 쳤다”

입력 2017-05-04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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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보는데 거지 갑이라 불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듯 했어요.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투표로 뽑은 사람인데 뭔가 다가설 수 없는 성역처럼 느껴졌잖아요. 하지만 박 의원이 국민들이 직접 뽑은 사람들인데 불편하면 찾아가야 하는 게 맞는 거라고 말했을 때 무릎을 탁 쳤어요. 진짜 맞는 말이잖아요?”

배우 곽도원은 지난달에 방영됐던 MBC ‘무한도전-국민의원’편을 보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던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내가 관심을 갖는다고 뭐가 변하겠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그런데 방송을 본 후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연기했던 ‘특별시민’은 통해서는 어땠을까.

“최민식 선배가 언론시사회 때 말씀하셨듯이, 세상도 이런 데 이런 영화를 또 봐야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 정치라는 것을, 또 선거라는 것을 좀 더 깊이 들어가 본다면 국민들이 뭔가 바꿔보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고요.”

● “식상한 소재 질리던 차에 들어온 ‘특별시민’ 신선했다”

곽도원이 ‘특별시민’을 선택한 이유는 선배 최민식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었지만 소재의 신선함에 끌렸다. 그는 “그동안 비슷한 내용에 시나리오를 많이 읽던 차에 이 시나리오는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신선하기도 했다”라며 “또 박인제 감독의 전작인 ‘모비딕’도 재미있게 봤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작품을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가 맡은 역은 ‘변종구(최민식) 선거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심혁수’ 캐릭터다. 철저한 전략과 공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탁월한 선거 전문가다. 겉으로는 변종구의 든든한 지원자이지만 야욕이 숨겨져 있어 저울질을 멈추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아수라’까지 전문직 역할을 도맡아왔던 그는 이번에 또 다른 모습에 전문직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검사 역할을 많이 했었죠. 영화에서 내가 ‘검사 출신’이라고 대사를 할 때 다들 많이 웃더라고요. 안 그래도 박인제 감독에게 최민식 형님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세관하다가 잘 돼서 서울시장까지 됐고 나도 검사하다가 이제 정치로 넘어오게 된 거냐고 농을 던지기도 했었어요. 근데 실제로 선거대책본부장 직함을 달려면 정당에서 에이스를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 “보기만 해도 ‘움찔’했던 최민식 형님, 잘 해낸 은경이”

‘특별시민’에서 곽도원은 최민식과 파트너십과 신경전을 오가는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변종구를 보좌하면서 나름의 셈법으로 권력을 저울질하며 최민식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던 그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최민식에게 기가 눌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하고 있으면 평정심을 잃게 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단 떨려요. 선배님 앞에서 저는 완전 ‘초짜’예요. 연기를 신들린 것처럼 하시니 움찔거리고 대사도 다 까먹어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연기 하는 재미가 확 느껴지죠. 선배 연기는 예상이 안 돼요. 총 맞은 기분이라고 할까? 웬만한 배우는 연기가 읽히는데 형님은 안 읽힙니다. 대사를 다르게 하거나 애드리브를 하시는 것도 아닌데 그냥 느낌이 달라요. 맛이 달라요, 달라. 이건 정말 같이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거예요. 중독성이 있어요. 도대체 어떤 학원을 다니시기에 잘 하시는지. 원장님을 만나서 비법이 뭔지 좀 듣고 싶어요. 으하하~”

반대로 후배인 심은경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변종구 캠프에 들어온 20대 ‘박경’ 역을 맡은 심은경의 모습을 보며 곽도원은 “나라면 못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최민식 선배가 많이 도와주시긴 했다.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어쩔 때는 따끔하게 한 소리도 하셨지만. 어찌됐든 결과물을 내는 것이 배우의 사명이지 않나. 은경이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잘 따라왔다”라고 말했다.

“사실 은경이는 가장 어려운 역을 맡았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연기가 겪어보지 않은 나이 대를 연기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견뎌내더라고요. 은경이 아직 어리잖아요. 20대 초반인데. 만약에 저 나이 때 저보고 저거 하라고 했으면 못한다고 했을 걸요? 은경이는 이미 십대 때 ‘써니’로 수많은 관객을 상대로 연기를 했잖아요. 웬만한 의지와 집념이 없으면 못해요. 대단한 거예요.”


● “프로는 결과로 말을 한다는 대사, 배우로서 공감”

‘특별시민’은 소재와 주제도 무거운 만큼 대사 속 명언들이 많다. 그 중 곽도원의 대사가 8할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어찌보면 거의 명언집 수준이다. 곽도원이 가장 애착이 가는 대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곽도원은 “‘관계가 깨져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프로야’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극 중에서는 변종구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또 다른 야망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배우 곽도원으로서 참 의미가 있는 대사였다”라고 말했다.

“배우가 지켜야 하는 덕목 중 하나가 ‘관객과의 약속’입니다. 최근 그 덕목을 몸소 보여주시고 떠나신 분이 故 김영애 선생님이셨죠. 연기를 배우며 연극 배우들이 교과서처럼 보는 ‘배우 수업’이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 첫 장에 ‘약속’이라는 단어가 나와요. 그 만큼 관객과의 약속은 중요하다고 배우죠. 저희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공연을 마치고 수의를 입고 자리를 지키다 그 다음날 다시 공연을 하러 왔었어요.”

그는 고인이 된 모친을 언급하기도 했다. 곽도원은 “연출가로 지방공연을 가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 때는 배우가 아니어서 나머지 배우들에게 공연을 맡기고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라며 “주변에 그런 상황을 겪는 배우들이 많기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는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도원은 최근 국정농단으로 밝혀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정치하는 분들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만 하지 않았더라면 문화계는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리사욕을 채우려 이용했던 국가 재정을 우리나라 문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줬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생활고로 안타깝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 “신인시절 회피했던 깡패 역할, 이제는 좀 해보고 싶네요”

자타칭 전문직 대표 배우 곽도원은 곧 영화 ‘강철비’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직급이 더 높다. 외교안보수석이다. 그는 “심지어 옥스퍼드 대학교 출신이다. 외국 배우와 영어로 대사를 하는 데 죽을 것 같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깡패 역할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했을 것 같죠? 으하하하~ 단역 오디션 볼 때 ‘나는 절대 깡패로 발을 들여놓지 않으리라’는 얄팍한 자존심이 있었거든요. 솔직히 그 역할을 하면 꼭 하고 싶었던 연기가 있었는데 ‘신세계’때 황정민 형이 그걸 하더라고~. 아이 참. 정민이 형은 언제나 한 발 앞서가요. 그 형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질지도 몰라요. 으하하.”

모든 배우의 바람이 그러하듯 곽도원 역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말하며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자신에게서 상황마다 너무나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웠다고 했다고 말하며 ‘배우’가 자신의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업(業)이었다고 밝혔다.

“중학교 때 제가 교회를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정말 일주일 내내 교회에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교회 친구들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학교에 가면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좀 질이 안 좋은 친구들하고도 어울렸어요. 그러다 보니 제 정체성을 모르겠고 스스로 가증스럽다는 게 느껴지더라고. 난 도대체 뭘 하는 놈인지 모르겠고요. 그런데 18살에 처음 연극을 보면서 ‘저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여러 인물을 표현하며 해방감을 느끼고 있어요.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연구하며 살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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