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종이 호랑이’ 전락한 한국축구…투자가 돌파구

입력 2017-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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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끝났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챔피언 FC서울과 FA컵 우승팀 수원삼성, 그리고 클래식 3·4위였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현대가 참가했으나 제주만 16강에 올랐다. K리그에 4장의 조별리그 티켓이 주어진 2009년 이후 16강에 고작 한 팀만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4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K리그는 2010년과 2015년에는 4개 팀이 모두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등 자타공인 아시아 ‘넘버 원’의 리그였다. 매년 최소 2개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지난해에는 전북현대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K리그와 달리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의 도약은 눈부시다. 슈퍼리그에선 3개 팀이 출전해 모두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J리그에선 4개 팀이 출전해 3개 팀이 생존했다. 동아시아권에 배당된 8장의 16강행 티켓 중 중국과 일본이 각 3장, 한국과 태국이 각 1장을 챙겼다. 슈퍼리그 3개 팀의 동반 16강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J리그에선 3년 만에 3개 팀이 함께 토너먼트에 올랐다. 슈퍼리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 등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중동 클럽들과 마찬가지로 ‘공격적 투자’의 결실로 풀이된다. 슈퍼리그는 수년 전부터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이제 그 열매를 따고 있다.

반면 K리그의 현실은 암울하다. 지난 겨울 모처럼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보강한 제주만 살아남았을 뿐, 최근 수년간 씀씀이를 줄인 서울, 수원, 울산 등 ‘전통의 명가’들은 어김없이 고배를 마셨다. K리그에 만연한 투자위축이 성적하락으로 이어진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기조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축구의 위기는 K리그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대표팀도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 들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대표팀 감독의 경질설이 대두되는 등 최종예선 들어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한국축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은 연이은 오심 논란으로 시끄럽다. 피해를 본 구단은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운 채 목소리 높이기에 바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제 살 깎아먹기’라며 구단들을 탓하고 있다.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조기에 도입키로 했지만, 상호신뢰가 깨진 상태라 VAR 시스템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축구인은 “이제 한국축구는 ‘종이호랑이’다. 정상에 오르긴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구성원끼리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지로 똘똘 뭉쳐도 힘겨운 상황인데…”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한 걸음 전진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는 요즘, 유독 한국축구만 뒷걸음질을 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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