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별시민’과 ‘불한당’에는 개성 넘치는 진선규가 있다

입력 2017-05-16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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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선규는 대학로에서 자주 보이는 얼굴이었다. 극단 ‘간다’의 단원인 그는 무대에서 소처럼 일하는 배우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스크린에 얼굴을 더 자주 내밀기 시작했다. 몇 주 전에 개봉한 ‘특별시민’ 엔딩씬에서 최민식이 우겨넣은 고기쌈을 먹고 헛구역질을 하던 ‘길수’ 역으로 나왔고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보안계장으로 출연하며 조금씩 충무로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남한산성’ 촬영을 마치고 지금은 영화 ‘범죄도시’(가제)를 촬영 중이다. 조선족 깡패 역을 맡은 진선규는 머리를 바짝 깎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예전과는 다른 인상에 조금 놀랐다고 말하자 “나도 내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 몰랐다”며 “머리 스타일의 변화가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최민식 선배의 고기쌈에 숨이 턱!”

우선, 그에게 ‘특별시민’ 이야기를 꺼냈다. 진선규는 극 중에서 변종구(최민식 분)을 곁에서 모시는 ‘길수’ 역을 맡았다. 주인의 말을 따르는 개처럼 변종구의 말이라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하는 인물이다. 특히 엔딩씬에서 상추쌈 2개를 입에 우겨넣어버리는 장면은 변종구에게 복종하겠다는 길수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 연기를 해야 했던 진선규는 실제로 토악질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보면 변종구가 고기 두 점에 상추가 3장을 싼 것을 두 번 넣잖아요. 다 들어가지도 않은 고기쌈 두 개를 다 넣으려니 숨이 턱하고 막혔어요. 결국 쌈을 내뱉고 다시 먹었어요. 총 세 번의 테이크가 간 것 같아요. 근데 고기쌈보다 더 무서웠던 건 최민식 선배의 포스였어요. 연기하실 때 정말 ‘나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까 입 다물고 말 잘 들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는데 못 먹어도 입에 넣어야 하는 공포감마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화면 밖 최민식은 더없이 좋은 선배였다고 말했다. 그는 “옆집 형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연기하는 것은 불편함이 없었다”라며 “자신의 촬영이 다 끝났어도 다른 사람 연기도 모니터를 해주시고 ‘이 장면에서 연기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며 조언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18일 개봉을 앞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는 설경구와 호흡을 맞췄다. 감옥살이를 하는 한재호(설경구 분)에게 강해보이고자 하지만 약한 보안계장 역을 맡았다. 그는 “설경구 선배를 배우로서 가장 좋아한다”라며 “함께 하면 친한 형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역할 상 내가 보안계장이고 설경구 선배가 수감자니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하고 워낙 (설경구)선배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시더라”고 말했다.

“많은 작품에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지만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 최민식, 설경구 선배를 만난 건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존경하는 분들이고 그 분들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설레고요. 그런 선배들을 보고 느끼는 것은 상대배우들의 호흡을 완벽하게 조절해주신다는 거였어요. 상대방이 편하게 연기를 하게 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명을 받았죠.”


● “생애 처음으로 악역 도전, 내게 이런 모습 있다니 신기해”

앞서 말했듯, 현재 ‘범죄도시’를 촬영 중인 진선규는 연기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다. 무대를 통틀어서 말이다. 작품을 위해 머리도 과감 없이 깎았다. “머리를 깎으니 굉장히 좋다”고 말한 그는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선한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선규는 참 착하다’라고 하시는데 전 그게 듣기 좋았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이 이미지를 지키려고 했는지도 모르고요. ‘범죄도시’도 연기는 괜찮은데 인상이 너무 선하다고 잘릴 뻔 했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 역할을 맡게 됐고 옷 피팅을 시작하는데 어떤 의상도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결국 머리를 자르고 옷을 입었는데 제가 맡은 역할과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 모습을 거울로 보는데 진짜 마음에 들었어요. 환골탈태한 기분? 발견하지 못한 제 모습을 발견하니 좋더라고요.”

‘범죄도시’에 대해 살짝 물어봤다. 그는 “악랄한 연기를 마음껏 펼쳤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특히 그는 윤계상과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진선규는 “계상이가 주인공이고 우리를 이끄는 역할이다. 그런데 자기가 돋보이기 보다는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져 촬영하려고 하고 어떻게 해야 우리 팀이 더 좋게 나올 수 있는지 머리를 먼저 맞댔다. 덕분에 다른 배우들이 시나리오보다 더 부각되고 돋보일 수 있게 됐다. 함께 작업을 하며 재미있었다”라고 간단한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대학로에서는 10년이 넘게 무대에 올랐지만 충무로에서 그는 아직 신인이다. 덕분에 10년 전 무대에 처음 오르던 시절도 떠오른다고. 그는 “연극 오디션을 보면 족족 떨어졌다. 연기를 못하니까(웃음). 그러면서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했다”라며 “영화 시장에서 내 모습이 10년 전 내 모습과 비슷하다. ‘육룡이 나르샤’ 전에만 해도 많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어떻게 오디션을 봐야하는지 조금씩 익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작품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영화판에서 적응해서 빨리 주연 배우가 되는 것보다 천천히 완성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선배들이 수십 년의 세월동안 이뤄내신 것처럼 조급하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잘해낼 수 있도록 준비된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조금씩 더 발전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영화 ‘특별시민’,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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