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되찾은 김자영

입력 2017-05-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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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영. 사진제공|KLPGA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감 생겼다
인비 언니와 다시 치면 질지도 몰라”


“졌더라도 후회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우승해서 더 좋다.”

김자영(26)이 웃음을 되찾았다. 21일 춘천 라데나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강적’ 박인비(29)를 꺾고 4년 9개월 만에 우승을 신고하면서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김자영은 몹시도 우승을 기다렸다. 그녀는 2012년 가장 ‘핫한’ 스타였다. 3승을 따내며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인기스타가 됐다. ‘삼촌부대’로 불린 팬들은 대회마다 그녀를 따라다니며 열성적으로 응원했고, 동료들은 그런 김자영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높이 올랐던 만큼 추락의 아픔도 컸다. 이듬해부터 시작된 부진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 김자영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은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다”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지 4년 9개월 만에 우승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기쁨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5년 전 처음 우승하던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막상 우승하고 나니 ‘이게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속을 썩였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우승이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고 보니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김자영. 사진제공|KLPGA


그러나 과정은 힘들었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은 물론이고 예선부터 치른 매 경기도 그랬다. 특히 준결승에서 만난 김해림(28), 결승 상대 박인비는 강적 중에서도 강적이었다. 김자영은 “우승 뒤 집에 들어와 TV부터 켰다. 피곤했지만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보고 싶었다. 다시 보니 정말 엄청났다. 특히 (박)인비 언니는 한순간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 경기에서 김자영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녀는 “인비 언니를 결승전에서 만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다시 치면 질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승으로 김자영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김자영은 “이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힘든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지 이제야 그 해답을 찾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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