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잘 지는 감독이 명장이다!’

입력 2017-05-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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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NC 김경문 감독이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선발 투수 구창모를 교체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 사령탑에 데뷔한 넥센 장정석 감독은 “처음 감독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패한 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잘 져야 연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승리보다 패배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불펜 진용을 짤 때 필승조 이상으로 롱 릴리프, 추격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고심한다. 김 감독은 “경기에 패해도 그나마 잠이 잘 오는 날이 있다. 롱 릴리프가 불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 다음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잘 못 졌을 때 항상 연패가 찾아온다. 페넌트레이스는 잘 지는 싸움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기록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김 감독이 선발진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 속에서 얼마만큼 불펜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NC는 29일까지 올 시즌 5회까지 앞선 23경기에서 22승을 거뒀다. 5회 이후 역전패는 단 한번 뿐이다. 선발투수가 5회 이후 리드를 지켰을 때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들을 효과적으로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각 투수의 각기 다른 능력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투입됐다. 이닝소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연투 때 체력소모가 심한 원종현, 1이닝씩이면 연투해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김진성을 효율적으로 배분했고, 임창민이 9회를 완벽하게 막았다. NC가 7회까지 앞선 25경기에서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힘이다.

대신 김 감독은 뒤지고 있을 때 무리한 불펜 운용을 하지 않았다. 5회까지 뒤진 21경기에서 역전승은 단 3번이었다. 7회까지 뒤진 18경기에서도 1승만 올렸다. 강윤구, 윤수호 등 추격조를 활용하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지난해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의 무리한 불펜 운용이 큰 논란이 됐다. 한화는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무려 12번이나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전체 1위였다. 그러나 뒤진 상황에서 필승조가 투입돼 역전승에 성공한 것 이상으로 참담한 패배를 많이 당하며 시즌 막바지 불펜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올 시즌 한화는 눈에 띄게 불펜의 힘이 약해졌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역할이 구분되지 않은 후유증이다. 한화는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9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전체 역전패도 삼성(17패)에 이은 2위(16패)를 기록 중이다.

스포츠동아DB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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