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퓨전사극’이라는 틀을 과도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풀어내 혹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SBS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 보는,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32부작. 5월29일 첫 방송. 극본 윤효제·연출 오진석. 주연 주원·오연서·이정신·김윤혜
● 전지현·차태현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청춘 사극. 까칠한 도성 남자의 대표주자 견우(주원)와 조선의 문제적 그녀(오연서)가 펼치는 예측불허 로맨스 드라마.
● 이건아니야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국내에서 488만명(배급사 집계)을 모은 흥행작이다. 주연배우 차태현과 전지현은 스타덤을 얻었고,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큼 화제성이 컸다. 영화의 성공은 전지현이 연기한 캐릭터가 관객에 신선하게 다가간 덕분이다.
SBS ‘엽기적인 그녀’는 그로부터 16년이 흐르고 나온 드라마다. 시간적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겼을 뿐, 주요 설정은 원작을 따른 리메이크 작품이다.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은 오연서는 원작 영화 속 캐릭터 그대로 터프하다. 하지만 이미 싫증나고 새로운 매력을 찾기 힘든 여장부 캐릭터이다. 이는 요즘 시대에서는 주목받을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지난해 이미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가 쓴 맛을 본 것으로 ‘엽기녀’ 캐릭터의 인기 수명은 체감됐다.
드라마 제작사 측은 “새로운 배경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지는 견우와 그녀의 러브스토리”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극판 ‘엽기적인 그녀’가 펼쳐진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너무나 뻔한 이야기, 뻔한 캐릭터에서는 신선함을 찾을 수 없다. ‘사극 버전’이라는 시도에서도 재미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산만하고 정체불명의 드라마가 됐다.
만화 같은 연출기법도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간간이 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시청자를 웃겨야만 한다는 제작진의 강박마저 느껴진다. “스토리가 너무 뻔하고, 퓨전이라 하기엔 MSG가 많이 들어갔다” “코믹 코드가 지나치게 구식이라 민망할 정도다” “산만하다”는 지적이 인터넷에서 아우성을 이루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빛나는 미모를 지닌 오연서의 캐릭터에 맞춘 ‘오버 연기’에는 그나마 호불호가 엇갈릴 것 같다.
5월30일 4회까지 방송된 드라마는 9.3%(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월화극 중 2위로, 아직은 참혹한 수치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성적은 ‘피고인’ ‘귓속말’로 이어져온 SBS 월화드라마 흥행세의 ‘후광’에 의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 버전이 탄생한 사례도 많다. 성급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리메이크의 ‘나쁜 예’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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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