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임찬규(25·LG)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씩씩했다. “오늘의 패배는 인정하고 내일 또 이기기 위해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임찬규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에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5안타와 5개의 4사구(3볼넷 2사구)를 내주며 2실점하면서 팀의 1-4 패전을 책임져야했다. 4연승을 달리다 5월27일 인천 SK전 패전(6.1이닝 1실점)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역투를 거듭하고 있는 임찬규는 이날 경기 전까지 방어율 1.36(46.1이닝 7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규정이닝에 5.2이닝 모자라 장외 1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날 4이닝만에 강판하며 결국 규정이닝 진입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했다. 시즌 방어율도 1.61로 올랐다.
무엇보다 8경기 만에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점이 아쉬웠다. 시즌 첫 등판인 4월9일 사직 롯데전 3.1이닝 3실점으로 물러난 뒤 이후 7경기에서는 5이닝 2경기, 6이닝 2경기, 6.2이닝 1경기, 7이닝 1경기, 7.1이닝 1경기를 소화하면서 모두 1실점 이하로 막아냈다. 결국 이날 4이닝 2실점은 최근 8경기 만에 개인 최소이닝과 최다실점을 기록한 것이었다.
그러나 임찬규는 여전히 씩씩했다. 경기 후 “팀이 패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소득도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무엇이 긍정적인 면이었을까. 그는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실전에 올라가보니 커브 등 변화구는 괜찮았는데 역시 직구가 마음대로 구사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에 대해 느낀 것이 많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에이스들도 늘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지 않나. 외국인투수들도 마찬가지더라. 예전 같으면 오늘 같은 컨디션이면 6실점, 7실점 했을지 모른다. 5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오늘 나름대로 마운드에 있는 동안 2실점으로 잘 버틴 것 같다. 그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배운 것이 있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이날 0-0으로 맞선 3회초 1사 2루서 휘문고를 같이 졸업한 박민우에게 결승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그런데 경기 후 LG 라커룸을 향해 복도를 지나가다 가방을 챙겨 구장을 빠져나가려던 박민우와 마주쳤다. 박민우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임찬규는 “다시는 안 보려고 했다”며 농담을 던지더니 이내 자신의 공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박민우가 “오늘 커브가 좋더라”고 답하자 임찬규는 “안 좋았던 부분은 무엇이냐”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박민우와 헤어진 임찬규는 “박민우가 역시 잘 친다. 고등학교 때도 방망이는 원래 잘 쳤던 선수다”면서 “패배는 인정한다. 오늘 경기를 통해 또 하나를 배우고, 내일부터 다시 이기기 위해 새롭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민우에게 물어봤다. 발전은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하지 않나. 오늘 패배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긍정! 긍정!”이라고 되뇌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이기면서 배우고, 지면서 배운다는 자세로 하루하루 성숙해지고 있는 임찬규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