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논란’, 멀티플렉스를 향한 엇갈린 시선

입력 2017-06-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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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가 영화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한 가운데 그 파장이 만만치 않게 퍼지고 있다. 사진제공|NEW

“넷플릭스 동시 공개 유통질서 훼손”
플랫폼 다양화 속 극장 위기감 우려
일부선 “시대와 흐름의 변화 수용을”

영화 ‘옥자’의 극장 상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스포츠동아의 1일 단독보도를 통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CGV)가 “영화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관련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은 채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옥자’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으로 상당한 지지층을 확보해온 봉준호 감독의 신작. 거대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의 우정과 사랑을 갈라놓으며 탐욕스런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키려는 악덕 거대기업의 음모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밀동물보호단체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생명, 자본주의의 관계”(봉준호 감독)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 논란의 시작은

‘옥자’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제작비를 전액 투자, 자사 플랫폼을 통해 29일 전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한다. 미국, 영국과 함께 한국에서도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 극장 배급은 NEW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극장 상영 뒤 일정 기간(혹드백)이 지나 지상파 및 케이블채널, 온라인, IPTV 등에서 선보이는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영화 유통 방식과는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옥자’가 초청되면서 프랑스 극장가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영화제 내내 관련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전국 335개 멀티플렉스 극장(영화진흥위원회 자료) 중 139개 극장을 거느린 최대 체인 CGV가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한 뒤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CGV 측은 “일정한 홀드백 기간(대체로 3주) 없이 넷플릭스 플랫폼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런 방식은 향후 영화 유통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EW측은 “CGV뿐 아니라 극장들과 개봉 및 상영 관련 논의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만 밝혔다. 다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기업이 직영하거나 위탁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과 다양성영화관이 아닌 서울의 서울극장과 대한극장 등을 비롯해 지방의 일부 극장은 ‘옥자’를 개봉일인 29일부터 정상적으로 상영키로 한 상황이기도 하다.


● 무엇이 문제인가

CGV 등 주요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향후 이런 방식이 자신들의 위상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낳고 있다.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IPTV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을 통한 전통적인 영화 관람 방식의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옥자’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그런 방식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시대와 흐름의 변화”를 내세워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의 입장에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이라는 수억개의 영화 관람 플랫폼이 생겨났다”면서 “극장과 스크린이라는 전통적인 영화 유통망만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획부터 상영까지 대기업 영화사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산업을 주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다양한 영화를 제작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방식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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