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무주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인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경기장의 믹스트존은 1-3번 게이트 근처다. 조직위와 연맹측의 빠른 조치 덕분에 더 이상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은 28일 오후 믹스트존 풍경. 무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번 대회 남자 68㎏급 금메달리스트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이 26일 16강전을 마치고 믹스트존을 통과할 즈음,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이를 본 입장 도우미들까지 몰려들면서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믹스트존을 통제하는 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대훈은 20여분 뒤 8강전을 앞둔 터라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그러나 성격이 모질지 못한 이대훈은 이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고 자리를 떴다. 연맹 관계자는 “25일 남자 54㎏의 김태훈이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아수라장이 됐었다”고 털어놓았다.
27일 남자 58㎏의 정윤조(22·경희대)가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믹스트존을 통과할 즈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믹스트존에 있던 한 자원봉사자가 사인을 요청했고, 정윤조는 “손가락을 다쳤다”며 몇 번이나 양해를 구한 뒤에야 프로필사진 촬영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취재진과 만나는 믹스트존이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팬서비스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결국 27일 오후 열린 남자 68㎏급 결승전 직후에는 연맹 관계자가 믹스트존에 내려가 이대훈의 이동을 도왔다.
2017 세계무주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인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경기장의 믹스트존은 1-3번 게이트 근처다. 조직위와 연맹측의 빠른 조치 덕분에 더 이상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28일 오후 프랑스 취재진이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모습. 무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물론 이번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이들 대부분이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친절함은 182개국에서 무주를 찾은 외국인들을 미소 짓게 한다. 카메룬대표팀 관계자는 한 중년 남성 자원봉사자의 유쾌한 응대에 “넘버원 코리아”를 외치며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와 동선이 겹친다는 특혜로 실속을 챙기려는 이들 탓에 묵묵히 노력하는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까지 고통 받는 현실이다. 조직위에선 3차례 사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소수의 일탈을 막기 어려운 듯하다. 조직위 고위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이탈하면 수급하기가 쉽지 않아 강하게 질책하기 어렵다”며 “경호인력 등을 배치하고 추가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무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