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배우 이수경이 밝힌 #용순 #학창시절 #최민식

입력 2017-07-04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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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을 갓 넘긴 이수경은 데뷔 5년차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모아도 열 편 남짓. 한 작품 한 작품 그가 정성스레 채워온 기록들은 신선하고 어쩌면 낯설기도 하다. 독립영화 ‘여름방학’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이수경은 단막극, 대형 상업영화 그리고 저예산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스타를 목표로 하는 흔한 또래 배우들과는 행보가 남다르다.

역할 또한 주조연을 가리지 않았다. 영화 ‘차이나타운’에서는 일영(김고은)과 함께 자란 아이 ‘쏭’을 연기하면서 빨간 머리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수경의 ‘센 캐릭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노을(최성원)의 여자친구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에서는 변종구(최민식)의 딸을 열연, 짧은 분량에도 불구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수경은 큰 작품뿐 아니라 ‘설렘주의보’ ‘티치 미’ ‘윤리거리규칙’ 등 단편 영화 작업도 꾸준히 이어왔다.

그런 이수경이 올 여름의 초입에 선보인 작품은 영화 ‘용순’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열여덟 여름, 달리기와 첫사랑을 함께 시작한 소녀 용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이수경은 소녀 용순의 싱그러우면서도 처절한 성장기를 오롯이 표현해냈다.


Q. ‘용순’을 선택한 이유는.

A.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좋았다. 요즘 세고 어두운 영화가 많은데 ‘용순’은 밝고 청량한 느낌이었다. 이런 작품에 한번쯤 출연해보고 싶었다. 영화의 톤도 좋았고 무엇보다 용순이 멋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눈치 보지 않고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예상을 비껴가는 지점도 많아서 좋았다.


Q. 달리기 선수로 설정됐다. 한여름에 촬영하기 힘들지 않았나.

A. 작년 여름 한달을 꼬박 찍었다. 하지만 더위를 잘 안 타는 타입이라 괜찮았다. 오히려 밤에는 춥더라. 패딩을 입고 찍은 적도 있다.

실제로도 유일하게 잘 하는 게 달리기다. 오래 달리는 것을 잘한다. 달리기 장면은 힘들었지만 ‘빨리 끝내자’는 마음으로 달렸다. 정말 많이 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많이 안 뛰었다.


Q. 감독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신준 감독은 어땠나.

A. 좋은 말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걱정했다. ‘상처받지 않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라고 했는데도 싫은 말을 안 하시더라. ‘이번 테이크에서는 다르게 가볼까요?’ 식으로 돌려서 말하곤 했다. 굉장히 젠틀하고 꼼꼼했다. 평화주의자라고 하더라.


Q. 소속사 선배 최덕문과 부녀 호흡은.

A. 드라마 ‘호구의 사랑’을 같이 했고 회사도 같아서 원래 친했다. 최덕분 선배와 같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웠다. 친근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할 것이 이번에 온 것 같았다. 선배의 지인을 통해 충정도 사투리도 많이 배웠다.


Q. 극 중 용순은 선생님 ‘체육’과 교제하는 사이다. ‘체육’에 대한 용순은 감정은 진짜 사랑이었을까.

A. 용순에게 ‘체육’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빠에게 바라던 것을 체육 선생님이 해줬으니까. 그래서 용순이 ‘체육’을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볼 때는 매우 사소한 것이라도 한 사람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체육’은 용순이 달라지게 만든 사람이다.


Q. 현실에서 ‘체육’ 같은 남자는 어떨까.

A. 안 된다.


Q. 그러면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A. 착한 사람. 솔직한 것을 방패삼아 막말하는 사람은 무섭다. 가까이 못 다가가겠더라. 설사 뒤에서 다른 말을 하더라도 앞에서는 좋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Q. ‘용순’과 비교할 때 본인의 사춘기는 어땠나.

A. 나도 용순처럼 부모님보다 선생님께 더 많이 의지했다. 선생님들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선생님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용순과 사고하는 것 자체도 비슷했던 것 같다. 해내지 못해도 마음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고 싶은 마음이지 않나. 나 또한 학창시절에는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시스템에 갇힌 느낌이었다. 다르게 행동하고 싶고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Q. 그래서 어떤 일탈을 해봤나.

A. 점심시간에 학교 밥을 안 먹고 사먹고 오는 것 정도(웃음).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학생들을 제재하거나 억압하는 학교는 아니었다.


Q.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15살 때 연기학원을 다녔다. 내 의지가 아니라 아빠가 억지로 보낸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숫기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도 잘 못하는 아이였다. 학원을 안 나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1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다 보니 사람들이 나 때문에 점심을 못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르침대로 연기를 했는데 너무 시원하더라. 그때부터 연기하고 싶어 했다.


Q. 쾌감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어떤 마음가짐인가.

A. 처음에는 나의 재미와 흥미 위주였다. 요즘은 책임감이 많아졌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평소 욕심을 부리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유일하게 욕심내는 게, 연기다.


Q. 미니 시리즈나 큰 영화의 주연을 욕심낼 만도 한데. 다른 행보가 인상적이다.

A. ‘다르게 가야지’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오디션에서 합격한 작품들을 해온 것이다. 나는 선택받는 입장이니까. 맡는 역할은 어떻게 해서든 해내고 싶어 하고 하나에 꽂히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하다 보니 ‘용순’까지 왔다.


Q. 인기에 대한 욕심은 없나.

A. 인기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 나는 아직 어리고 시간은 많다. 조바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은 어느 작품에서나 내가 연기를 못하는 게 탄로날까봐 무섭다.

‘차이나타운’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더 용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촬영하다 보니 자신감이 무너졌다. 아무도 눈치를 안 주는데 내가 눈치를 보고 있더라. ‘차이나타운’ 이야기만 하면 부끄러워진다. 그만큼 내 연기를 볼 때마다 아쉽다. 자기 검열이 심한 편이다.


Q. 다음 작품은 ‘침묵’이다. ‘특별시민’ 아버지 최민식과 재회했다.

A. 정말 존경한다. 내가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기 훨씬 전부터 정상에 계시던 분이지 않나. 같이 연기하면서도 선배님은 너무나 먼 곳에 계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적으로 정말 좋았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남다르셨다. 소리가 안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열연하시더라. 옆에 있던 나도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놀랐다. ‘특별시민’과 ‘침묵’ 모두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A. 그 질문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해 봤다.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더라. 아직은 재밌는 것, 다양한 것을 해보면서 즐기고 싶다. 그런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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