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넥센 김성민 “첫 승 위해 먼 길 돌아온 게 아닐까요”

입력 2017-07-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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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끝에 프로에 입단한 넥센 김성민은 2일 데뷔 첫 완투승을 거두며 고교시절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먼 길을 돌아왔다. 누군가는 KBO리그 입단 후 데뷔 첫 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넥센 김성민(23)에게는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이기까지 과정 자체가 첩첩산중이었다. 대구상원고 2학년이던 2012년, 신분조회 절차를 생략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KBO리그 등 프로 무대 입성이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다. 올 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1라운드(전체 6번)에서 SK에 지명됐지만, 시즌을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넥센으로 트레이드되는 환경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

그러나 넥센은 김성민이 필요했고, 김성민은 그런 넥센의 기대에 서서히 부응하고 있다.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지금이 그에게 더 없이 행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발등판한 2일 수원 kt전에서 팀이 강우콜드게임승(5-1)을 거두며 데뷔 첫 승을 완투승(5이닝 1실점)으로 장식한 것은 팀은 물론 본인에게도 의미가 컸다. ‘프로’무대에서 첫 승을 거둔 김성민은 “꿈에 그리던 승리”라고 했다. 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넥센 김성민. 스포츠동아DB



● 터닝포인트가 된 넥센 이적

4월29일 대구 삼성전은 김성민이 SK 유니폼을 입고 투구한 마지막 경기였다. 다음날 1군에서 제외됐고, 5월18일 김택형(21·SK)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이적이 결정됐다. 넥센이 애지중지하던 김택형을 보낸 것은 김성민에 대한 기대치를 보여주는 한 단면. 당시 넥센 고형욱 단장은 “고교 시절부터 김성민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켜봤다”며 “대학 시절 시속 140㎞ 후반의 빠른 공을 던졌던 선수다.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향후 넥센의 주축 투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김성민은 넥센 이적 후 7경기에서 1승, 방어율 2.82(22.1이닝 7자책점)를 기록하며 고 단장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들뜬 기색도 없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주신 장정석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릴 뿐이다.” 이 짧은 말에 김성민의 진심이 느껴졌다.

넥센 김성민. 스포츠동아DB



● “첫 승 위해 먼 길 돌아온 게 아닐까요”

강우콜드게임승에 따른 행운의 완투승도 선수의 커리어에 남는다. 데뷔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한 사례는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 3월28일 OB 박철순과 삼미 인호봉부터 올해 김성민까지 총 72차례 있었다. 김성민에게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농담을 건네자 환하게 웃으며 이 같이 말했다. 힘겨웠던 과거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말로 들렸다. “첫 승을 하기 위해 그렇게 먼 길을 돌아온 게 아닐까. 그 시기를 거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프로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넥센 김성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기회 오면 언제든 보답하겠다”

힘보다는 정교함을 중요시하는 일본야구(후쿠오카경제대)를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정교함, 타자와 승부하는 방법, 경기운영능력에 대해 많이 배웠다. 기존에는 변화구 중 커브가 가장 자신 있었는데, 체인지업의 감각도 좋아지고 있다. 포수 (박)동원이 형이 잘 이끌어준 덕분에 더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에게 믿음을 준 것도 고무적이다. 넥센 입장에서도 김성민의 활용폭이 넓어지면 마운드 운용도 한결 수월해진다. 장 감독은 “김성민도 선발투수가 2~3이닝을 소화했을 때 이어 등판하는 +1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고 했다. 김성민은 “첫 승을 계기로 팀에 더 보탬이 되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 보직에 상관없이 기회가 찾아오면 언제든 보답하겠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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