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②] 김영웅 “‘리멤버’ 때도 막노동-택배 상하차 알바 병행”

입력 2017-07-0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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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②] 김영웅 “‘리멤버’ 때도 막노동-택배 상하차 알바 병행”

앞서 밝힌 것처럼 ‘주연 욕심’을 당당하게 밝힌 김영웅이지만 그 역시 최근 조금씩 상승하는 자신의 인지도에 대해서는 무딘 편이다. 스스로 “워낙에 무명 생활이 길어서인지 인지도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을 안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김영웅이 위로 올라가려는 까닭은 배우로서의 욕심과 더불어 이 가장(家長)을 믿고 따라준 가족들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려는 이유 역시 본인과 가족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리라.

“제가 28세에 결혼을 했어요. 그 후에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죠. 당시에 보면 경제 활동과 연극을 병행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전 그게 참 싫었어요. 그래서 결국 ‘돈을 벌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연극을 그만 뒀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돈이 조금씩 벌리더라고요.”

그 때까지만 해도 그가 배우로 돌아오는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연기를 위해 배운 판토마임으로 행사를 뛰었고 일이 점점 커지면서 후배들도 끌어들여 팀까지 꾸릴 정도로 성장했다. 2003년 기준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고 아내에게 가게 하나를 차려줄 정도의 수입도 벌었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는데도 제 마음은 연기를 떠나지 못하더라고요. 아내에게 가게를 차려준 것도 결국 연기를 하기 위해서였죠. 처음에는 배달도 제가 직접 나가고 그랬는데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어요. 늘 컴퓨터로 오디션 정보 찾아보고 서울에 올라와서 이력서를 내고 작은 배역을 받아서 연기하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 장사가 잘될 턱이 있나요. 조금씩 물건값도 지불 못하게 되고 빚도 지고 그랬죠.”

보통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을 일컬어 천직(天職)이라고 표현한다. ‘타고난 직업이나 직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쩌면 먼 길을 돌아 다시 갖게 된 배우라는 직업은 김영웅의 천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에게 ‘나 배우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아내가 ‘진짜냐’, ‘자신 있느냐’ 묻더라고요. ‘정말로 자신 있다’고 답했더니 ‘그럼 믿겠다’ 한 마디하고 바로 부산 생활을 정리했어요. 그게 2007년이에요. 당시에 첫째가 유치원을 다니고 있을 때였죠.”


배우 생활을 위해 호기롭게 감행한 상경이었지만 이미 예상한 대로 그의 배우 생활은 쉽지 않았다. 김영웅 역시 “서울에 올라왔다고 해서 연기에만 몰두한 것도 아니다. 안해본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

“공사판에서 막노동도 여러 군데서 했고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그게 ‘리멤버’ 촬영 때도 계속 됐어요. 현장에 나가서 일하고 있으면 아주머니들이 ‘우리 형사님 왔다’면서 사진 촬영 요청을 했어요. 런닝 바람으로 같이 사진 찍고 그랬죠.”

그렇게 아득바득 올라오는 길에 김영웅은 JTBC ‘라스트’ 속 배중사 역을 맡았다.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김영웅은 야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라스트’도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작품이에요. 감독님이 제가 준비해 온 걸 말씀드리면 ‘마음껏 해보라’고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리고 윤계상 씨와 함께 제가 처음으로 액션을 해본 작품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몸은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정말 좋았죠. 서울역의 실제 노숙자 분들이 당시에 제가 지나가면 ‘배 중사 왔다’면서 말을 걸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면 그 때의 강렬한 이미지가 지금의 ‘악역 전문 배우’ 김영웅을 탄생시켰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후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지나 ‘군주-가면의 주인’ 속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김영웅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진짜 모습은 이런 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찰나의 순간을 장악하는 짙은 연기보다 자연스럽고 일상 속 모습과도 같은 연기를 지향한다. 요즘 말로 ‘생활연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김영웅의 개인적 취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해답은 그의 극단 생활 에피소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③편에서 계속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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