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두산 박건우 “삭발이요? 다시는 안하려고요”

입력 2017-07-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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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시계를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으로 돌린 4월9일 잠실구장. 이날 넥센전을 앞두고 있던 두산 선수단을 비롯한 현장 취재진은 한 선수의 예상 밖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자를 벗고 드러낸 어색한 ‘까까머리’. 주인공은 두산 박건우(27)였다. 당시 1할대 타율에서 고전하던 박건우는 그날 이후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KBO리그의 떠오르는 스타 중 하나인 만큼 며칠간 삭발 배경과 현재 심정을 캐묻는 인터뷰 공세에 시달렸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한때 2군행 통보를 받았던 박건우는 부진이 언제 있었냐는 듯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방망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손바닥 곳곳에 패인 물집자국은 그간의 노력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여기에 적과 동료를 구분하지 않고, 배울 점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노하우를 전수받는 열린 자세도 한몫했다. 박건우는 “야구를 원래 잘했던 선수가 아니었던 만큼 지금의 타격감에 아직도 확신이 없다”고 겸손히 말하면서도 “부담감 때문인지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정신적인 부분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변신 이유를 전했다. 곱상한 외모 뒤에 독기(毒氣)가 서린 남자, 박건우를 8일 NC전이 비로 취소된 마산구장에서 만났다.

두산 박건우의 왼손바닥. 그는 “이 정도 물집과 흉터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며 손바닥 공개를 마지막까지 꺼려했다. 마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힘이 들 때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지 되새겼죠”

-지난해 사이클링히트(6월16일 광주 KIA전) 달성 이후 1년만의 ‘Mr.베이스볼’ 인터뷰다.


“벌써 1년이 흘렀나. 시간 참 빠르다. 기록 달성하고 기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웃음)”


-그간 잃었던 미소를 최근 들어 다시 찾은 듯하다.

“일단 솔직히 말하면 시즌 초반 밑바닥을 쳤을 때보단 좋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내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원래 야구를 잘하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보기엔 최근 감각이 올라온 듯한데.

“방금 말한 대로 초반에 좋았다면 지금 상태를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선 확신이 없다. 다만 슬럼프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각 팀마다 잘 치는 타자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비결을 물어봤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방법 역시 다르기 때문에 일단 많이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 뒤에 내 스타일에 맞는 부분들을 받아들였다.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진 원인 가운데 정신적인 부분의 비중이 컸나 보다.

“부담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마음에 짐이 생겼다. 올 시즌 초반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잘 되지 않더라.”


-1년여 만에 다시 간 이천(2군 베어스파크)은 어땠나.

“그간의 프로 생활을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 특히 2군에서의 삶을. 무엇보다 초심을 되찾은 점이 큰 수확이었다. 2군에 다시 내려가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할 뻔했다. 결과적으로 잘 내려갔다왔다.”


-4월 감행한 삭발이 화제였다. 앞으로도 슬럼프에 빠지면 삭발을 할 텐가.

“다시는 이렇게 안 자르려고 한다. 주위에서도 다시는 삭발하지 말라고 난리였다.(웃음)”

사진|SBS SPORTS 캡쳐



● “김현수는 각별한 형이자 최고의 교과서”

-올겨울 메이저리거 김현수와 몸을 함께 만들었다.


“(김)현수형과는 각별한 사이다. 두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 겨울에 운동을 같이 한지 벌써 3년째다. 사실 어제(7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시차 때문에 실시간으로 연락하는 날은 적지만, 안부도 주고받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한다. 요새 현수형이 힘들긴 하지만 성격상 내색은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올해 힘들 때 현수형을 보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많이 배웠다.”


-같이 지내면 배울 점이 많을 듯하다.

“한 번은 이런 인터뷰를 봤다. 2014년 팀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직후 치른 2015년 스프링캠프였다. 당시 기자 한 분이 현수형에게 지난해 팀 부진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현수형이 ‘4강 탈락은 내 탓이다. 4번타자인 내가 못했기에 팀이 떨어지고 말았다’고 답했다. 기사를 보면서 과연 나였으면 저렇게 인터뷰했을까 되물었다. 아마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김현수만큼이나 각별한 인연으로 화제를 모은 선수가 동료이자 매형(妹兄)인 장원준이다.

“주위에서 가끔 매형이 용돈을 잘 챙겨주냐고 물어보곤 한다. 그러나 내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용돈은 주요사항이 아니다. 그저 형이 누나에게만 잘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쉬는 날에 종종 매형과 누나가 본가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장원준이 선발등판한 날 본인의 활약상이 도드라져 관련기사가 함께 따른다.

“사실 그런 이야기엔 부담을 느낀다. (장)원준이형만 나오면 잘 쳐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투수가 나온 날도 못 치지는 않는다. 어제 경기에서도 더스틴 니퍼트가 나왔지만 3안타(1홈런)를 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날은 관련 기사가 안 나온다.”


-니퍼트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왜 가족이 아닌가. 니퍼트도 우리 팀 동료이면서 가족이다.”

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 “꿈꿨던 주장 자리는 한 번 더 생각해보려구요”

-전반기 팀이 성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고, 부상선수도 많이 나왔다.


“무엇보다 팀에서 기둥이 되는 민병헌과 양의지 형이 빠지면서 최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렇게 버텨 나가야할 때다.”


-이럴 때 팀 분위기는 누가 잡아주나.

“역시 주장인 김재호, 오재원 선배가 앞에 나서준다. 다만 우리는 다른 팀처럼 미팅을 자주 열지는 않는다. 전체 미팅은 많아야 1년에 2~3번 정도? 대신 훈련이나 경기 도중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1990년생 트리오가 올해 정수빈(경찰야구단)의 입대로 잠시 해체했다. 우정전선에 이상은 없나.

“당연하다. 최근에도 (정)수빈이, (허)경민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다만 야구 이야기는 안 한다. 서로 매일 야구하는 입장인데 운동 이야기만은 피하고 싶지 않겠는가. 나는 수빈이 2군 성적도 모른다.(웃음)”


-선배와 친구도 많지만 이젠 투타 후배들이 여럿 함께하고 있다. 본인은 어떤 선배인가.

“이 질문은 후배들한테 물어봐야하지 않을까? 나는 그냥 후배들에게 장난만 거는 선배다.”


-1년 전 인터뷰에서 두산 주장을 목표로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생각엔 변함은 없는가.

“옆에서 (김)재호형을 지켜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책임감도 많이 들고…. 주장이란 자리는 다시 생각해봐야할 듯하다.(웃음)”

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 두산 박건우


▲생년월일=1990년 9월 8일

▲출신교=역삼초∼이수중∼서울고

▲키·몸무게=184cm·80kg

▲프로 입단=2009년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두산(전체 10순위)

▲입단 계약금=1억원

▲2017시즌 연봉=1억9500만원

▲프로 경력=두산(2009∼2011년)∼경찰야구단(2011∼2013년)∼두산(2013년∼현재)

▲프로 통산성적=356경기 타율 0.320(1016 타수 325안타) 34홈런 158타점

▲2017시즌 성적=68경기 타율 0.323 (260타수 84안타) 8홈런 39타점

마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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