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작가’ 심은진 “이제 자유롭고 싶다”

입력 2017-07-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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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가수이자 배우인 심은진이 11년간 쓰고 찍고 그려온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첫 아트북을 출간하고 독자들에게 “안녕” 인사를 건넸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첫 아트북 ‘hello, Stranger’ 출간

“첫 도록 마음에 안들어서 출판 결심
영감을 준 아티스트는 패티 보이드
이 책이 독자들 마음을 도닥여주길”

“예를 들어 여기 바닥에 검은 얼룩이 있죠? 다른 사람들은 휙 지나갈지 모르겠지만 전 저도 모르게 이 얼룩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해요. ‘이 얼룩은 어쩌다가 생겼지?’와는 좀 다른. 마침 옆에 카메라가 있다면, 제가 받은 느낌을 담을 수 있는 각도를 최대한 찾겠죠. 그리고 마음에 들면 이렇게 말해요. ‘안녕?’이라고.”

1세대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가수이자 배우인 심은진이 자신의 첫 아트북을 냈다. ‘hello, Stranger(안녕, 낯선 친구)’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직접 쓰고 찍고 그린 글과 사진, 그림을 담은 11년간의 기록물이다. 12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출판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간담회를 며칠 앞두고 ‘작가 심은진’을 따로 만났다. ‘가수 심은진’, ‘배우 심은진’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 첫 아트북 출간을 축하드린다. 주변의 반응이 궁금하다. 특히 베이비복스 멤버들의.

“이걸 내가 진짜 쓰고 찍고 그린 건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내가 안 쓰고 안 그리게 생겼나 보다(웃음). 베복(베이비복스) 멤버들은 택배로 보내는 것보다 직접 주고 싶어서 따로 조용히 만나기로 했다. 사실 우린 뭐 유난 떠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 아트북을 낼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

“2013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 무렵부터다. 이 책에도 개인전 때의 작품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당시 만들었던 전시회 도록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출판을 하자. 그래서 앞으로 또 전시를 하더라도 내가 쓰고 그린 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주자. 이렇게 된 거다.”


- 한 번 마음먹으면 실행에 옮기는 힘이 뛰어난 사람 같다.

“마음 한번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잡으면 한다. 하지만 마음이 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싹 할 수 있는 일인데, 버튼 하나 누르기까지가 그렇게 어렵더라(웃음).”


- 노래, 춤, 연기에 글과 그림, 사진까지.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재능을 가진 사람이 걸그룹 할 때는 어떻게 누르고 살았나.

“그래서 홧병이 생겼나보다. 몸으로 왔다(웃음). 그때는 그냥 일기를 썼다. 멤버들도 내가 매일 다이어리 들고 다니며 뭔가 끄적이는 걸 다 봤다. 그런데 베복 시절 다이어리를 도둑맞는 사고를 당한 뒤부터는 컴퓨터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초는 싸이월드였다.”


- ‘작가 심은진’에게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가 있을 텐데.

“패티 보이드와 소피 칼(프랑스의 사진작가이자 개념미술가)이다. 최근 패티 보이드의 전시를 봤다. 딱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거더라. 난 이제 좀 자유롭고 싶다. 그 시기가 왔다고 본다.”


- 사진과 그림을 보면 어딘지 시간이 정체된 느낌을 받게 된다. 우울하기도 하고.

“감정이 그랬던 거다. 그럴 때만 카메라를 들었다. 난 여러 개가 있는 것에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뚝 떨어져 있는 것, 하나만 있는 것, 뾰족한 것. 생각해보면 도형도 네모나 동그라미보다는 세모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내 그림에는 남자가 별로 없다. 대부분 여자가 등장한다. 그냥 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 책 속에는 ‘너’, ‘누군가’, ‘당신’이란 존재가 애증의 대상으로 다수 등장한다. 그동안 열애설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건 누구 아닐까”하는 선입견을 갖고 보는 독자들도 있을 듯한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당연히 예상했다. 실은 지인들도 많이 물어본다. 걱정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아닐까.”

이 책의 서문에 심은진은 “내가 모든 슬픔, 아픔, 기쁨의 순간에 기록해두었던 모든 것에 ‘그래도 괜찮다’라고 주문을 걸어두었으니, 한순간이라도 당신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이라고 썼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심은진은 “내가 한 일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염려해 올곧이 서 있는 것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책이 여러분을 도닥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은진의 위로는 그가 책에 쓴, 내 멋대로 제목을 ‘핸드크림’이라 붙인 글처럼 따뜻하고 촉촉했다. 고마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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