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약수로 만든 ‘누룽지백숙’, 여름 보양식의 지존

입력 2017-07-1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방여행을 하다 식당에 들를 때면 소박하고 투박스럽지만 어쩐지 정겨운‘고향 밥’ 같은 메뉴를 기대하게 된다. 산 좋고 물 좋은 경북 청송에도 푸근함을 느끼게 하는 향토 맛집이 있다. 신촌약수 명궁가든의 누룽지백숙(위)과 주왕산 입구 청솔식당의 산채백반.청송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톡 쏘는 맛이 인상적인 청송 대표 약수
함께 나오는 닭가슴살 불고기도 별미
주왕산 산채 더덕구이 정식도 엄지척

지방 여행에서 식당을 들릴 때 기대하는 것은 화려하고 세련된 메뉴가 아니다. 소박하고 투박스럽지만 어쩐지 정겨운 고향 밥 같은 정서다. 거기에 그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나 조리법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번에 산 좋고 물 좋은 동네, 경북 청송을 여행하며 찾아간 집도 그런 푸근함을 느끼게 하는 향토 맛집이다.


● 신촌약수로 만든 누룽지백숙. 그리고 닭불고기와 닭날개봉

청송에는 톡 쏘는 탄산의 맛이 인상적인 약수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약수터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청송읍 부근의 달기약수이고, 다른 하나는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동청송IC 근처 진보면의 신촌약수이다. 두 곳 모두 닭백숙을 대표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누룽지백숙은 신촌약수에 있는 ‘명궁가든’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사실 백숙은 전국구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명궁가든의 누룽지백숙은 두 가지 점에서 이채롭다. 우선 누룽지백숙을 시키면 닭가슴살만 따로 떼어 만든 불고기가 함께 나온다. 석쇠에 바싹 구운 언양불고기 스타일이지만 양념이 된 것이 다르다.

백숙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지역 특산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제법 큰 투가리에 담겨 나오는 누룽지백숙은 모양새부터 특이하다. 처음 보는 사람은 이것이 백숙인지 가늠이 잘 안된다. 푹 끓인 누룽지에 닭이 넓게 얹혀져 있다. 투가리 한 켠에 있는 가는 뿌리 같은 것은 산삼배양근이라고 한다. 비주얼은 꽤 카리스마가 있지만, 맛은 의외로 순하다. 요즘 ‘건강한 맛’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심심함인데, 먹다보면 손이 자꾸 가는 중독성을 느낀다. 성인 남자들끼리 가도 꽤 버거울 정도로 양도 푸짐하다.

별도 메뉴로 닭날개봉 구이도 있다. 백숙, 불고기와 함께 주문하면 한 여름 보양 상차림으론 더할 나위가 없다.


● 주왕산 산채 더덕구이 정식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앞에는 다른 국립공원 입구처럼 많은 향토식당들이 어깨를 맞대고 모여 있다. 대부분 주력 메뉴가 백숙이나 산채백반, 비빔밥 등인 것도 비슷하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칫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그래서 청송군 관계자에게 물어 추천을 받은 곳이 ‘청솔식당’이다. 역시 간판메뉴는 달기약수로 만든 오리, 닭백숙. 하지만 깔끔한 찬과 주인장이 직접 담갔다는 된장찌개가 인상적인 산채정식도 맛있다.

산세 깊고 공기 맑은 주왕산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을 중심으로 더덕구이가 함께 나온다. 주인장이 날을 정해 직접 주왕산과 주변 산에서 나물을 채취한다고 한다. 어수리김치, 뽕잎장아찌, 박잎장아찌, 곰취김치, 당귀김치 등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찬들로 상이 꾸며진다. 청국장도 국내산 콩으로 직접 집에서 콩을 띠워 만들었다고 한다. 무공해, 자연산을 강조하면 자칫 맛이 심심할 수 있는데, 이곳 산채정식은 장아찌나 김치로 담근 것이 많아 그런지 짭조름하다. 흔히 말하는 ‘밥도둑’ 계열의 간이다.

전체적으로 좋은 식재료가 주는 신선한 식감과 산나물의 향긋한 내음이 잘 어울린다. 주왕산 산행길에 한번 경험하면 좋다.

청송|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