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의 위대함, 토종이닝 1위!

입력 2017-07-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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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느림의 미학’ 유희관은 알고 보면 ‘이닝이터’다. 올 시즌 국내 투수 중에선 독보적인 1위다. 팀에 대한 책임감으로 뭉친 그는 이제 200이닝을 겨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5년 kt의 1군 데뷔를 앞두고 조범현 창단 감독은 구단에 “외국인 선발투수는 이닝소화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리그 감독과 코치, 선수 모두 처음으로 치러보는 144경기 시즌이다. 이닝소화능력이 뛰어난 선발 투수가 많아야 불펜도 보호하며 연패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전력 스카우트 실패로 kt는 2016년까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창단 때 사령탑을 맡았던 조 전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선발투수의 이닝소화능력은 각 팀이 시즌 144경기에 적응해가며 더 크게 주목받고 있다. 내구성이 뛰어난 프리에이전트(FA) 선발투수의 몸값 폭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NC 김경문 감독은 “선발투수가 6회에 바뀌는 것과 7회까지 던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불펜이 3이닝을 던지는 것과 2이닝을 막는 것의 차이다. 실점을 하더라고 7회까지 버티는 선발이 감독으로는 고맙다”고 말한다.

연말시상식에서 다승왕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과거 통상적으로 부르던 ‘투수 3관왕’이란 용어도 다승·방어율·삼진 순으로 가치를 두지만 구단과 감독이 가장 흐뭇하게 바라보는 ‘트로피 없는 선발 1위’는 최다이닝이다.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는 투수는 KIA 무패 투수 헥터 노에시(30)로 19일까지 18경기에서 123.2이닝을 책임졌다. 2위 SK 메릴 켈리(29)는 114.2이닝을 던졌다. 3위는 두산 유희관(31)으로 17경기에서 114이닝을 소화했다. 켈리와 유희관의 차이는 0.2이닝에 불과하고, 유희관은 토종 투수 중에선 단연 압도적인 1위다. 리그 최다 이닝 1~공동 10위 총 11명 중에서 7명이 외국인 선발 투수인 상황에서 유희관이 켈리와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유희관은 선발 등판 한 경기에서 평균 6.2이닝을 던지고 있다. 5월 26일 kt전에서는 16안타를 허용했지만 9이닝 3실점으로 버텼다. 최종 31경기에 선발 등판한다고 가정했을 때 200이닝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페이스다.

유희관은 올 시즌 뿐 아니라 선발 투수로서 목표를 항상 ‘200이닝 투구’로 정하고 있다. “200이닝 투구는 팀에 대한 헌신,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는 설명대로 자신보다는 팀과 불펜 동료들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공을 던지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80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177.1이닝을 던졌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투수는 이제 200이닝 도전과 함께 ‘꾸준함의 가치’도 증명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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