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에서도 소지섭 특유의 남성미와 카리스마는 역시나 살아있다. 기대 이상이다. 예상치 못한 ‘말년’ 이정현과의 연정 어린 멜로까지 소지섭이 보여주는 감정은 묵직하고 풍성하다. 액션 또한 인상적이다. 강도 높은 액션의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목욕탕에서 훈도시(일본의 남성 속옷)만 입은 채 김민재와 벌이는 혈투는 가히 압권이다. 하지만 정작 소지섭은 목욕탕 액션보다 후반부 절벽 위에서 펼치는 총격 액션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군함도’ 현장을 떠올리며 “이제 좀 편한 작품을 하고 싶다. 편한 거”라고 바람을 전했다. 소지섭이 ‘군함도’에 얼마나 치열하게 에너지를 쏟았는지 알 수 있었다.
-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선택했다고요.
신인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이렇게 작품을 선택해본 적이 없는데…. 류승완 감독님이 여러 차례 작품을 얘기하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다른 작품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어서 몇 번 거절했거든요. 이번에도 거절하면 다시는 안 주실 것 같더라고요(웃음). 시나리오 보기도 전에 ‘하겠다’고 했죠. 감독님과 작품을 한 번은 해보고 싶었어요.
- 선 결정 후 시나리오네요. 시나리오를 보고는 어땠나요.
말하기 창피하지만 시나리오를 받기 전까지는 군함도에 대해 잘 몰랐어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는 마음이 되게 힘들었어요. 작품에 제가 도움이 될지,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잇을지 고민이 많았죠. 복합적인 마음이었죠. 역사가 주는 무게감이 큰데 또 상업 영화다보니 역사를 깨고 나와서 흥행까지 해야 하니까요. 최선을 다해서 하긴 했는데 관객들이 잘 봐줄지는 모르겠어요.
- 한류 스타잖아요. 향후 일본 활동에 혹시나 영향을 미칠지 고민은 없었을까요.
그런 걱정은 없었어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다고 해도 여태까지 제가 해오던 일을 못할 정도의 ‘데미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는 제 팬들을 믿거든요. 작품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 팬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굳건하네요.
제가 배우를 할 수 있는 건 제 연기를 봐주는 팬들이 있어서 하는 거니까요. 팬들이 없다면 제가 설 자리는 없죠. 평생 같이 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살갑게 대하진 못해도 마음속엔 항상 있어요.
- 기대했던 류승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감독님은 열정이 넘치세요. 영화에 미친 사람 같았죠. 하지만 그렇게 미치지 않았다면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촬영 중반에 포기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감독님은 다 해냈고 본인 의도대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 감독님이 또 작품을 하자고 하면 할 건가요.
(…) 조금 편한 거 하고 싶어요. 편한 거.
- 최칠성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요.
감독님이 자료를 보내주셨는데 훑어만 봤어요. 무언가를 보면 제가 흉내를 내거나 비슷하게 하려고 하더라고요. 될 수 있으면 잘 안 보려고 해요. 다만 ‘군함도’에 함께한 황정민 선배는 작품에서 최고의 건달을 연기를 보여준 분이잖아요. 그것에 대한 부담은 있었어요. 하하.
연기 패턴은 이전과 조금 다르게 했어요. 그전에는 얼음같이 차갑고, 감정을 누른 상태로 표현했다면 최칠성은 불같죠. 연기하고 보니 속은 시원한데 안에 남는 게 없더라고요. 사실 저는 안에 감정이 꽉 차 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 이정현 씨와 연민과 애정을 오가는 케미스트리가 있더라고요.
이정현 씨는 키는 작아도 연기할 때 나오는 아우라는 정말 커요.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확 변하더라고요. 최칠성이 말년에게 느끼는 감정은 이성적인 것보다는 연민인 것 같아요. 둘의 관계는 지금 나온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몇 컷 더 있긴 한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거르신 것 같아요. 손발 오그라든 적이 몇 번 있긴 한데 여자 스태프들이 다 ‘괜찮다’고 해줘서 자신감을 얻고 연기했어요. 최칠성과 말년의 감정이 극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좋은 쪽으로 비춰졌으면 좋겠어요.
- 이정현 씨가 ‘회식 퀸’이라고 하더라고요.
흥이 넘쳐요. 회식 때 ‘와’를 불러줬는데 난리가 났죠. 위문 공연을 보는 것 같았어요.
- 소지섭 씨는 무슨 노래로 화답을 했나요.
아. 저는 라이브가 안 돼요(웃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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