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서 열리는 K리그 올스타전…베트남에 심는 축구 한류

입력 2017-07-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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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고의 별들과 베트남 U-22 대표팀이 맞붙는 K리그 올스타전이 7월 29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국내 올스타들이 베트남으로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2015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이 번외행사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29일 韓-베트남 수교 25주년 축구잔치

프로연맹, 2015년부터 해외 개최 준비
베트남과 1년여 끈질긴 접촉 끝에 성사
TV 중계권 등 베트남 시장 잠재력 주목
대회수익 목적보다 초기투자 개념 접근
현지 최고 인기 U-22 대표팀과 맞대결
4만6000석 미딩경기장 조기매진 전망


2017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이 주말에 펼쳐진다. 그런데 느낌이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장소도, 대진도, 방식도 뭔가 낯설다. 한국축구의 젖줄이자 근간인 K리그가 해외로 발을 넓힌다. 7월 2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와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신명나는 90분 잔칫상을 꾸민다.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올스타전이다. 출전을 위해 7월 27일 소집된 K리그 올스타 선수단 21인(코칭스태프 3명 포함)은 28일 오전 출국한다. 국내 체류까지 합쳐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주요 타임 테이블이 10∼30분 단위로 쪼개져 있을 만큼 스케줄은 굉장히 타이트하다. 본 대회는 국내 주요 스포츠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스포츠동아DB



● 베트남 개척기

K리그 올스타전의 해외 개최가 기획된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베트남, 태국을 주요 후보지로 놓고 한국프로축구연맹 내부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기획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6년 거의 성사단계로 향했다. 중국 슈퍼리그와 무난한 협의가 이뤄지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과 중국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같은 조(A조)에 편성된 것이다. 자연스레 취소 수순을 밟았다. 애써 마련한 기획을 손바닥 뒤집듯 전부 포기할 수는 없었다. 플랜B로 베트남과의 접촉이 2016년 6월부터 시작됐다. 약 1년여가 흐른 2017년 6월 베트남축구협회(베트남 세미프로축구 V리그는 별도 운영주체가 없고 협회가 직접 관장한다)와 MOU(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 작업은 일사천리.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인 탓에 선수선발, 경기장 선정, 경기방식 등 과정 하나하나에 많은 정력을 쏟아야 했지만 ‘올스타전 진행’이라는 큰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올스타전을 준비한 연맹 담당자는 “수차례 현지를 방문했다. 특정부서 간부만 설득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막내 직원부터 최고위층까지 전부의 허락을 받아야 1가지씩 해결되는 구조”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진짜 고민은 최근에 있었다. 7월 19일부터 23일까지 베트남에서 펼쳐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경쟁했기 때문이다. 자칫 ‘중국 올스타전 불발’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양국이 함께 본선에 올라 전면취소나 흥행참사를 우려할 필요가 사라졌다. 당시 한국에 1-2로 패한 베트남 U-22 대표팀이 K리그 올스타와 맞선다.



● 의미 있는 해외시장 개척

솔직히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입장료, 중계권, 스폰서 등 대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입은 베트남이 챙긴다. K리그의 몫은 수억 원대의 대진료(매치피)다. 여기에는 베트남 왕복 항공료와 현지체류 비용이 전부 포함돼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그래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초기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면 된다. K리그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상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다. 1차 목표는 베트남에 K리그 중계권을 판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 동남아시아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또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나 현지 기업들이 K리그에 관심을 갖고 투자와 스폰서를 할 수 있도록 어필하겠다는 의지다. 연맹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 축구시장이 마냥 좁지 않다.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는 과거에도 해외중계가 있었다. 2015시즌 클래식(1부리그) 스플릿 라운드 10경기에 한해 베트남 국영방송 V-TV가 중계를 했다. 2016시즌에는 슈퍼리그 중계권도 보유한 중국 인터넷 스포츠중계업체 LE-TV가 일부 클래식 경기를 방영했다. 다만 당시는 무상에 가까운 시범적인 성격이 짙었으나 이제부터라도 K리그는 적정한 권리를 주장한다는 복안이다.

K리그 올스타의 스파링 파트너로 베트남 U-22 대표팀이 출전한다는 사실도 긍정적이다. 당초 V리그 올스타와 격돌을 계획했으나 베트남은 동남아 최대 스포츠 이벤트 SEA(동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자국 U-22 대표팀을 추천했다.

폭발적인 성장과 주요 국제대회에서의 꾸준한 선전으로 현재 A대표팀보다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훨씬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팀이기 때문이다. ‘준 국가대표’급 최고수준의 한국선수들을 상대로 베트남 U-22 대표팀은 SEA게임 출정식을 겸해 물러섬 없는 멋진 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킥오프를 사흘 앞둔 7월 26일 티켓 발매가 시작됐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미딩국립경기장의 공식수용 규모 4만6000석의 조기매진을 전망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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