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지연·골프백 배달사고…우승 ‘액땜’이었네

입력 2017-08-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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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미향, 4R선 캐디와 의견 충돌 해프닝도

각본 없는 드라마였던 만큼 험난한 고비도 많았다. 7월 31일(한국시간) 이미향(24·KB금융그룹)의 미 LPGA 투어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 정상 등극 뒤에 숨은 에피소드가 화제다.

대회 준비부터 말썽이었다. 미국에 머물던 이미향은 7월 24일 예약한 항공기를 통해 대회가 열리는 스코틀랜드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면서 예정된 연결편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했다. 결국 예정보다 늦게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어렵사리 대회장소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골프백이 문제였다. 경유지 아이슬란드에서 ‘배달사고’가 났다. 자신과 한 몸과도 같은 골프백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연습라운드 첫 날 골프장 인근 상점의 클럽을 빌려 샷 감각을 조율했다. 골프백은 나중에서야 도착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써왔던 익숙한 클럽으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개막 직전 하루뿐이었다.

우승이 걸린 4라운드에서는 캐디와 의견 조율에서 작은 충돌이 있었다. 캐리 웹(43·호주)과 선두 자리가 바뀐 17번 홀에서였다. 강풍 속에서 두 번째 샷을 앞둔 이미향은 거리를 두고 캐디 체드 페인과 의견이 맞지 않았다. 자신의 뜻대로 클럽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온 그린 실패. 가장 위험한 곳으로 공이 갔다. 다행히 어프로치 샷을 잘해 지옥 문턱에서 빠져 나왔지만 이때 보기를 했더라면 스코티시오픈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운전할 때는 네비게이션, 골프 칠 때는 캐디, 집에서는 아내의 말만 잘 들으면 큰 탈이 나지 않는다”는 농담을 자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역전우승을 이룬 주인공은 경기 뒤 환한 미소로 그간의 시련을 날려버렸다. 이미향은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대회장소에 강풍이 불어)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퍼트 여러 개를 놓쳤다. 그래서 바람을 염두에 둔 퍼팅연습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3라운드 들어 자신감을 되찾았는데 결국 그 덕을 봤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이미향의 우승으로 21개 대회를 치른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국내 선수들은 11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3주 연속 우승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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