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뚝심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은 박세혁과 류지혁, 정진호(왼쪽부터) 등 백업 멤버들의 활약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사실 두산의 여름 순항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다. 바로 7월을 앞두고 생긴 큰 전력누수 때문이었다. 핵심 주전선수인 민병헌(30)과 양의지(30)가 6월 25일 나란히 롯데전에서 사구를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둘은 이후 한 달 가량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안방마님’ 양의지의 공백은 특히나 뼈아팠다. 전반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최재훈(한화)을 떠나보낸 상황이라 두산은 마땅한 백업포수가 박세혁(27)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두산은 오히려 7월에 더 승승장구했다. 박세혁이 양의지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수준급 기량을 자랑한 덕분이다. 안정적인 수비와 리드가 빛났는데, 박세혁이 안방을 지키는 7월 한 달 동안 두산 선발진은 20경기에서 11승(1위)을 거뒀다. 방어율은 4.34(2위)였다. 그야말로 백업포수의 전천후 활약이었다.
백업 신화는 8월에도 계속됐다. 김재호의 1군 말소로 유격수 공백을 메우게 된 류지혁(23)은 1일 대구 삼성전에서 5타수4안타5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가 부족해 대기록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화끈한 방망이로 팀의 12-5 대승을 이끌었다.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 대활약이었다.
후반기 두산은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누가 나와도 주전이라 할 만큼 앞 다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팀’의 전형적인 사례다. 류지혁은 1일 경기를 마친 뒤 “내 임무는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팬들이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박)세혁이 형과 (정)진호형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형들이 경기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한다.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라 공감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의 백업 선수들은 출전수가 적어 ‘불만’을 갖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적은 기회에도 팀을 위해 ‘헌신’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곰 군단의 포효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