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백업, 두산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입력 2017-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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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뚝심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은 박세혁과 류지혁, 정진호(왼쪽부터) 등 백업 멤버들의 활약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전반기에 한껏 몸을 웅크렸던 곰 군단이 후반기 들어 다시 무섭게 포효하고 있다. 한 여름의 땡볕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치열한 여름싸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1일 기준으로 13경기에서 10승2패1무 승률 0.833(1위)를 기록했다. 멀게만 보였던 상위권과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7월에만 승률 0.737(1위)를 마크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두산의 여름 순항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다. 바로 7월을 앞두고 생긴 큰 전력누수 때문이었다. 핵심 주전선수인 민병헌(30)과 양의지(30)가 6월 25일 나란히 롯데전에서 사구를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둘은 이후 한 달 가량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안방마님’ 양의지의 공백은 특히나 뼈아팠다. 전반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최재훈(한화)을 떠나보낸 상황이라 두산은 마땅한 백업포수가 박세혁(27)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두산은 오히려 7월에 더 승승장구했다. 박세혁이 양의지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수준급 기량을 자랑한 덕분이다. 안정적인 수비와 리드가 빛났는데, 박세혁이 안방을 지키는 7월 한 달 동안 두산 선발진은 20경기에서 11승(1위)을 거뒀다. 방어율은 4.34(2위)였다. 그야말로 백업포수의 전천후 활약이었다.

백업 신화는 8월에도 계속됐다. 김재호의 1군 말소로 유격수 공백을 메우게 된 류지혁(23)은 1일 대구 삼성전에서 5타수4안타5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가 부족해 대기록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화끈한 방망이로 팀의 12-5 대승을 이끌었다.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 대활약이었다.

후반기 두산은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누가 나와도 주전이라 할 만큼 앞 다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팀’의 전형적인 사례다. 류지혁은 1일 경기를 마친 뒤 “내 임무는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팬들이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박)세혁이 형과 (정)진호형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형들이 경기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한다.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라 공감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의 백업 선수들은 출전수가 적어 ‘불만’을 갖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적은 기회에도 팀을 위해 ‘헌신’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곰 군단의 포효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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