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팻 딘은 팀의 후반기 선두 수성을 이끄는 ‘에이스’다. 그는 전반기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며 ‘효자’ 외국인투수로 변신했다. 부진한 모습을 털어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함’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즌 출발은 좋았다. KIA가 초반부터 치고 나간 데는 딘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5월까지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2패)을 따내며, 방어율 3.09(64이닝 22자책점)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2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서 6이닝 이상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부터 전반기 막판까지 부진에 시달렸다. 7경기에서 1승(3패)만을 거뒀고, 방어율도 8.07(35.2이닝 32자책점)에 달했다. 시즌 방어율도 4.88까지 치솟았고, 결국 퇴출설까지 흘러나왔다. 강점으로 손꼽힌 제구가 흔들리자 시속 150㎞의 빠른 공도 통하지 않았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았던 딘도 계속된 부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스로 “전반기 막판에는 머리가 복잡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딘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스스로 기술보다는 심리적 압박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고, 올스타 휴식기를 통해 머릿속을 비우고자 했다. “모든 것을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가진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해 힘들었지만, 한 발 물러나서 머릿속을 비웠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포수 미트를 보고 공을 던지자는 것 하나뿐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이제는 내 공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 딘의 회상이다.
딘이 살아난 덕분에 전반기에만 14승을 따낸 헥터 노에시가 후반기 4경기에서 1승 2패, 방어율 4.13(24이닝 11자책점)으로 다소 주춤한 것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딘의 입지가 수직상승했다는 의미다.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KIA 팬들이 시즌 6승(5패)째를 따낸 딘이 경기장을 떠나기 전까지 기립박수를 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팬들 사이에는 그의 아내 케이트도 있었다. 딘은 “가족은 내가 힘들 때마다 잠시 야구를 잊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