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 동아닷컴DB

배우 문소리. 동아닷컴DB


배우 문소리의 발칙한 도발이 흥미로운 영화 탄생으로 이어졌다. 자신에게 배역이 주어지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 영화로 만든 남다른 추진력이 돋보인다.

문소리가 기획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주연까지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제작 영화사 연두)가 9월14일 개봉한다. 데뷔 초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지만 연기 생활 18년째에 접어들면서 정작 원하는 배역을 맡기 어려운 여배우의 ‘현실 고민’에서 출발한 영화다.

문소리가 영화 연출을 시작한 계기는 대학원 진학이다. 2013년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연출제작과에 입학한 그는 한 학기도 쉬지 않고 2년 과정을 마쳤다. 그 과정에서 졸업작품 등을 위해 3편의 단편영화인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만들었다.

이들 단편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배우이자 아내, 엄마로 살아가는 문소리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주제는 비슷하다. 이번에 개봉하는 ‘여배우는 오늘도’는 3편의 단편을 모은 장편 영화. 문소리의 개인적 고민을 넘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여배우들의 속내까지 대변할만한 작품이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는 장편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배우들은 간혹 있지만 문소리처럼 꾸준한 단편작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시도는 드물다. 문소리는 이번 영화에서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영화를 향해 갖는 마음을 자신의 일상을 통해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친다.

문소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 밖에서 직접 겪는 자신의 일상을 극의 소재로 가감 없이 삼았다. 리얼리티가 강하지만 코믹한 요소도 다분한 작품이다.

문소리는 “메릴 스트립 부럽지 않은 트로피 개수, 화목한 가정, 남들 있는 건 다 있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없는 18년차 배우”라는 자조 섞인 설명으로, 이번 영화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이미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소개돼 탄탄한 완성도로 주목받았다. 앞서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웃긴 작품’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지지가 극장 개봉의 발판이 됐다.

문소리는 감독이자 배우 그리고 제작자의 입장에서 영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남편이자, 현재 김윤석·하정우 주연의 영화 ‘1987’을 연출하고 있는 장준환 감독 역시 아내의 감독 데뷔에 응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