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야구소녀’ 김라경은 왜 타자로만 뛰었을까?

입력 2017-08-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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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가 개막했다.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3회말 1사에서 한국 김라경이 타격을 펼치고 있다.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한민국 여자야구대표팀의 에이스로 기대 받았던 김라경(17)은 왜 타자로만 나서고 있을까? 25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개막한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첫 경기, 홍콩전에서 김라경은 3루수로 출전했다.

A조에 속한 대표팀은 조 1위를 해야 결승(28일 예정)에 직행할 수 있었다. 첫 경기의 부담감을 고려하면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내미는 것이 상식일 텐데 대표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김라경을, 대표팀 동봉철 감독은 어려운 마운드 상황에서도 끝까지 올리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다. 김라경의 어깨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어깨에 염증이 발견되어서 자기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무리하면 던질 수 없는 몸 상태는 아니어도 동 감독은 눈앞의 승리에 집착하지 않았다. “(김)라경이는 한국 여자야구의 미래인 선수다. 가뜩이나 많이 던져서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진 것도 있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불펜 투입도 생각해보겠지만, 가급적이면 이번 대회에 투수로 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김라경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대표팀이 시간제한(2시간20분)에 걸리기 직전, 5회 결승점을 뽑아내 9-8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어도 김라경의 표정은 아주 밝진 않았다. “투수로서 팀에 도움이 못 되는 몸 상태라 미안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김라경은 “주말에만 경기가 있어서 그때만 공을 던졌다. 그런 환경에 내 몸이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몸을 단련시키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린 것이다. 한국 여자야구의 현실에서 김라경에게 ‘맞춤형 관리’를 해주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라경은 “재활이 10% 정도 더 남은 것 같다. 완전히 회복하면 다시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래도 김라경은 타자로서, 수비로서 그리고 벤치에서의 응원으로서 언니들을 돕고 있었다. 시련도 야구를 향한 김라경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이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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