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청년경찰’, ‘군함도’, ‘장산범’(위쪽부터 차례대로). 사진제공|쇼박스,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NEW
‘택시운전사’ 5·18 재조명 사회적 반향
‘청년경찰’ 감독·배우 세대교체 신호탄
‘군함도’ 독과점·역사왜곡 논란 등 부침
‘장산범’ 100만…한국 공포영화의 부활
7·8월 극장가 한국영화 4편의 흥행 대결이 마무리 단계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1000만 흥행작이 탄생했고, 젊은 배우와 감독의 합작이 세대교체 신호탄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특정 작품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 등 고민해야할 과제도 남겼다.
7월 ‘군함도’로 시작한 여름 극장가 경쟁은 8월로 접어들어 ‘택시운전사’와 ‘청년경찰’, ‘장산범’으로 이어졌다. 압도적인 성과는 송강호의 ‘택시운전사’. 27일 기준 누적 1130명(영화진흥위원회)을 넘어섰다. 2일 개봉해 한 달째가 가까워오지만 관객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택시운전사’는 영화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환기의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겠다는 정부의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관심은 극장을 넘어 전방위로 확신되고 있다.
박서준·강하늘 주연의 ‘청년경찰’은 젊음의 패기를 제대로 보였다. 김주환 감독까지 더해, 티켓파워를 증명한 적 없는 신인들이 모여 예상 밖 인기 속에 500만 돌파를 앞뒀다. 특히 박서준은 송강호 등 쟁쟁한 배우들과 맞붙은 가운데 ‘8월 영화배우 브랜드평판’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를 차지해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돋보이는 성과의 이면에는 과제도 있다. 연중 최다 관객이 몰리는 여름 극장가는 각 영화 제작진과 투자배급사,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의 ‘욕망’이 집약되는 무대. 그만큼 풀어야할 숙제도 쏟아진다.
순제작비 220억 원의 ‘군함도’는 27일 현재 657만 관객에 그치고 있다. 제작 규모와 화려한 출연진으로 1000만 관객은 무난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군함도’는 흥행 결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작품도 됐다. 일부의 공격과 논란에 휩싸인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흔들리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군함도’를 향한 악의적인 역사왜곡 논란이 일본을 거쳐 국내에 확산됐고, 온라인에서 융단폭격처럼 쏟아진 근거 없는 공격에 제작진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보지 않고 욕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게다가 개봉 첫 날 2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해 독과점 논란을 촉발시켰고, 현재 이와 관련한 지적과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대책 마련에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정윤철 감독은 “사고를 낸 당사자인 극장은 쏙 빠진 채 감독과 영화에 돌을 던지는 것은 옳지 않고 문제 해결도 안 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염정아 주연의 ‘장산범’은 한국 공포영화로는 4년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170만)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한국영화 제작진이 ‘소재 고갈’과 ‘낮은 수익률’을 이유로 꺼려온 공포영화를 향한 고정 관객층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